[정치X파일]총선 비례 1당? 승자는 언제나 보수…‘15년 불패신화’의 비밀

(40)2008년부터 비례1당 사수한 보수정당
민주당 압승한 총선도 비례는 보수정당 1위
여야 유권자의 비례대표 투표 성향도 변수

편집자주‘정치X파일’은 한국 정치의 선거 결과와 사건·사고에 기록된 ‘역대급 사연’을 전하는 연재 기획물입니다.

한국 정치의 역동성은 제22대 총선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내년 4월10일 총선까지 6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선거 구도가 모호하다. 최근 나오는 총선 여론조사는 참고자료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현재의 정당 구조 그대로 총선을 치를지 단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형태로든 정계 개편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총선과 관련해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국회의원 비례대표 의석 경쟁에서 이번에도 보수정당이 승리할 것인지 여부다. 보수정치의 명맥을 이어왔던 정당은 2008년 제18대 총선 이후 단 한 번도 비례 의석 1당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날인 11일 서울 강서구 방화1동 제9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2008년 제18대 총선 때는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22석, 통합민주당이 15석의 비례 의석을 가져갔다. 2012년 제19대 총선 때는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25석, 민주통합당이 21석을 가져갔다. 2016년 제20대 총선 때는 새누리당이 17석,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각각 13석을 얻었다.

2020년 제21대 총선 때는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이 19석, 민주당의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7석을 가져갔다.

주목할 부분은 민주당이 압승했던 제21대 총선에서도 비례 의석 1당은 보수정당이 차지했다는 점이다. 2016년 제20대 총선 역시 원내 1당은 민주당이었지만 비례 의석 경쟁에서는 새누리당이 승자가 됐다.

보수정치는 총선 판세가 유리했을 때는 당연히 비례 의석 1위 정당의 자리를 지켰고, 총선 판세가 불리했을 때도 비례 의석 1위 정당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어떻게 그런 일이 지난 15년간 이어졌을까.

이는 민주당 지지 성향 유권자들의 비례 의석 투표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 역대 총선에서 여야가 치열한 경쟁을 벌일 때도 민주당 지지 성향 유권자들 가운데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다르게 선택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지역구는 민주당에 투표하고, 비례대표는 진보정당 또는 대안 정당에 표를 주는 방식이다.

2020년 2월5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 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한선교 의원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윤동주 기자 doso7@

180석의 우호 의석을 확보했던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 위성 정당 역할을 하던 더불어시민당이 17석을 얻는 데 그치며, 미래한국당에 밀린 이유다. 전체적으로는 민주당 우호 성향의 비례 투표가 더 많았는데 표가 분산됐다.

선명한 색깔을 내세웠던 민주당 성향의 열린민주당은 3석의 비례 의석을 확보했다. 정의당은 5석의 비례 의석을 확보했다. 민주당 성향의 유권자 중에서는 미래에 투자한다는 의미로 정의당에 힘을 실어주는 이도 있었다.

민주당 지지 성향 유권자들은 비례 투표에서 더불어시민당은 물론이고 열린민주당과 정의당까지 표를 나눠줬다. 반면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미래한국당 쪽에 지지표를 몰아줬다. 그 결과, 보수정당이 전체적인 흐름에서 열세였던 지난 총선에서도 비례 1등 자리를 이어갈 수 있었다.

민주당이 원내 1당을 차지했던 2016년 제20대 총선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지지 성향 유권자들은 민주당과 국민의당에 비례 의석 투표를 나눠줬다. 정의당 쪽에도 비례 투표가 분산됐다. 국민의당은 민주당과 함께 13석의 비례 의석을 얻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기록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우희종 더불어시민당 선대위원장이 2020년 4월15일 국회에 마련된 개표종합상황실에서 당선된 후보자에게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내년 4월 제22대 총선에서도 보수정당이 비례 의석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보수정당은 2008년 제18대 총선부터 16년간 비례대표 불패의 신화를 이어갈 수 있게 된다. 다섯 차례 연속 총선 비례 의석 1위 정당의 자리를 사수하는 셈이다.

변수는 정계 개편이다. 역대 총선을 앞두고 언제나 분당과 합당, 창당 등 정계 개편이 있었다. 보수정당이 비례 의석 경쟁에서 1당의 자리를 유지했던 이유는 어떤 정치 변화 상황에서도 사실상 단일 대오로 총선에 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4년 총선에서 여권 성향 복수의 정당이 탄생한다면 기존과는 다른 비례대표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

이른바 '이준석 신당', '유승민 신당'으로 불리는 국민의힘 지지 성향의 다른 정당이 탄생하거나 '금태섭 신당' 등이 여권의 비례 투표를 나눠 갖는 경우다.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는 이른바 '윤석열 신당'이 창당할 것인지도 주목할 변수다. 새로운 정당이 생겨나더라도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투표 스타일을 고려한다면 하나의 정당에 표를 몰아줄 가능성은 있다.

민주당은 총선 때 분당(국민의당)의 아픔을 겪거나,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의 비례대표 투표 성향 때문에 표가 분산된 측면이 있었다. 민주당 역시 이른바 '이낙연 신당' 등 새로운 정당이 나올 수 있을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정의당 등 진보정당 쪽에 표를 분산했던 기존의 비례 대표 투표 성향이 이어질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다.

아울러 현행 공직선거법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여부도 중요한 변수다. 위성정당이 출몰할 수밖에 없는 현행 공직선거법이 유지될 것인지, 다른 형태의 선거법이 나올 것인지에 따라 주요 정당의 비례 대표 확보 전략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슈1팀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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