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경기자
공부는 다르다. 노력과 과정에 따라 결과가 정확히 나온다. 시험에서 간혹 몇 개 찍은 것이 요행으로 정답일 때도 있지만 그 자체가 결과로 도출되지 않는다. 오랜 과정을 거치고 노력이 쌓여서 나오는 결과가 오롯이 내 것이 된다. 그래서 재미있다. 물론 이때의 공부는 내가 원해서 좋아해서 하는 것임을 전제로 한다. 나 역시 중고교 시절, 오직 입시를 목표로 하는 주입식 공부에는 흥미를 전혀 느끼지 못했고 그 답답함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 몸부림쳤다.
하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공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선택에 의한 것이었기에 그 과정 자체를 즐겼다. 내가 하고 싶을 때 시작하고 흥미가 떨어지거나 다른 것을 원하게 되면 미련 없이 포기했다. 새롭게 시작할 만한 것은 얼마든지 있었다. 몇 점을 받고 몇 등을 하는가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배우는 것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공부의 본질적인 재미도 느꼈다. 내가 투자한 시간이 사라지지 않고, 과도한 기대나 희망을 가지게 될 필요도 없으니 결과에 따른 실망감도 크지 않다. 그 결과로 어떤 경우는 자격증을 얻었고 어떤 경우는 수료했다는 보람을 느꼈다. 이것들도 공부를 즐긴 후 얻게 되는 부수적인 선물이나 보상이었을 뿐 연연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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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공부는 공부이니까 그 자체로 부담이 되고 어렵게 느껴진다는 사람들도 많다. 가뜩이나 가정과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시간도 없는데 무슨 공부를 또 해야 하냐고 불평 아닌 불평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성과가 자신감을 주고, 그 자신감을 쌓아가면서 발전하면 과정도 즐겁고 성공에 이르기 쉽다는 것을 나는 체득했다. 절대로 어려운 것부터 시작하지 말고, 정말 한 번 쓱 보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야 적은 흥미로도 성취감을 빨리 느낄 수 있다.
-김태민, <인생 커트라인은 60점이면 충분하다>, 멜라이트, 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