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m금융톡]'영세 대부업 막아야'…의도 좋지만 현실 못보는 국회

"대부업 자기자본 요건 3000만원으로 강화" 법안 발의
의도는 좋지만 불법 대부업체 양산될 거란 우려 커

법정최고금리 인하도 마찬가지
선한 의도지만 저신용자들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

영세한 대부업자는 아예 시장에 발도 못 붙이게 막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 15일 국회에선 이런 내용을 담은 대부업법 개정안(김영선 국민의 힘 의원 대표 발의)이 나왔다. 취지는 선하다. 지금은 1000만원 이상의 자기자본만 있으면 시·도지사에 등록해 대부업을 할 수 있다. 개정안은 이 1000만원이 너무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영세한 대부업자가 난립하고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보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래서 대부업의 자기자본 요건을 3000만원 이상으로 강화해 피해를 막자고 했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하자는 착한 의도지만, 이 법안을 바라보는 금융업계와 정부는 걱정부터 앞선다. 오히려 불법 대부업자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 탓이다. 대부업은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운영된다. 두 개 이상의 영업소를 설치하거나 자산규모 100억원을 초과하는 법인처럼 덩치가 큰 업체는 금융위에, 이 외 작은 업체들은 지자체에 등록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불법사금융 피해가 늘어나자 사채업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오려고 2002년 대부업법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등록업체를 유인하기 위한 당근이 필요했다. 그래서 대부업체들에게 법정최고금리 이상의 금리(최대 연 49%)를 매길 수 있게 해줬다. 정부가 관리하는 업체 수를 최대한 늘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당근도 2018년 법정최고금리를 24%로 내릴 때 함께 사라졌다. 법정최고금리는 지난 2021년 또 한차례 내려 지금은 20% 수준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대부업체 대부분이 영세한데다 지금은 법정최고금리인 20%밖에 이자를 못 매기는데 자본금 규정까지 높아지면 등록을 철회하고 불법으로 운영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그나마 등록이 돼 있으니 정부가 점검이라도 나가지만, 불법사금융을 감시하는 경찰력을 몇 배 늘려 다 잡아내지 못하는 이상 오히려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정부도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관리·감독하는 업체를 늘려 고금리나 채권추심 같은 금융소비자 피해를 없애는 게 대부업법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본금 규정을 올려 대부업체가 튼실해지면 좋지만 제도권 안에서 관리받는 업체들 수는 줄어들 수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제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는 게 요즘 금융업계에서 국회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번 대부업법 개정안 발의를 비롯해, 작년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 뜨거운 감자였던 법정최고금리 조정도 그랬다.

대출금리가 급격히 오르는데도 20%로 뚜껑이 씌워져 있는 법정최고금리에는 손을 대지 못해 2금융권은 아예 대출 문을 닫아버렸다. 이로 인해 제도권 밖으로 밀려 나간 저신용자들이 늘어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법정최고금리가 제한된 상태에서 2021년 말~2022년 6월 말 동안 조달금리가 2%포인트 오름에 따라 2021년 말에는 2금융권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차주 약 69만2000명이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는 연구 결과도 내놨었다.

정부와 업계가 국회에 법정최고금리 인상 요청을 했지만, 여론 악화를 우려했던 국회는 절대 불가라며 못을 박았다. 2금융권 관계자는 "국회가 현실은 똑바로 못 보고 있다"며 "의도는 좋지만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오는 금융제도는 막아야 한다"고 했다.

경제금융부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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