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어린이 4남매의 죽음…'멀티탭 발화 추정'

남매 4명 사망·주민 11명 등 경상
범죄 혐의점 없어… 감식 진행 중

27일 오전 3시 28분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빌라 2층에서 불이나 나이지리아 국적 어린이 4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재는 빌라 출입구 부근 벽면 콘센트와 연결된 멀티탭에서 최초 발화한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소방 당국은 소화 장비 23대와 인력 59명 등을 투입해 40여분 만인 오전 4시 16분쯤 진화에 성공했지만, 11세·4세 여아와 7세·6세 남아가 사망했다고 연합뉴스가 이날 보도했다.

이들은 모두 남매사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막내인 2세 여아는 부모와 함께 대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의 부모는 대피 도중 화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화재 당시 거실에서 치솟는 불길을 발견한 부모가 막내딸을 대피시켰으나, 다른 자녀들은 미처 구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출입구 부근 벽면 콘센트와 연결된 멀티탭에서 최초 발화 추정

경기도 안산시 단안구 빌라 화재 현장. [사진 출처=연합뉴스]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는 이날 오전 8시 50분께부터 소방서 등과 함께 3시간가량 화재 현장에 대한 합동 감식을 벌인 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불은 출입문과 인접한 거실 바닥에서 최초 발생했다"고 밝혔다.

불이 난 현관 입구에는 TV와 냉장고가 멀티탭에 연결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로선 이들 기기와 전선 중에서 합선 등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났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숨진 남매 4명은 모두 방 안에서 누워있는 채 발견됐다. 특별한 외상은 없으며 질식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훼손이 심해 아이들이 탈출을 시도했는지 등은 확인이 어렵다"며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조사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5남매 아버지, 15년 전 한국 와 고물상하며 생계

나이지리아 국적 어린이 4명이 숨진 경기도 안산시의 한 빌라 화재 현장에서 27일 오전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 사고로 또 다른 나이지리아인 3명과 우즈베키스탄인 2명, 러시아인 1명 등 11명이 경상을 입었다. 같은 건물에 거주하던 37명의 주민은 자력으로 대피했다고 전해졌다.

해당 지역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인근에 고려인문화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고려인들이 주로 살고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 국적의 사람들도 많다.

불이 난 곳은 1994년 사용 승인된 바닥면적 137㎡의 다세대 주택으로, 주로 외국인 등 40여명이 살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건물의 1층은 반지하 구조여서 불이 난 2층은 사실상 1층인 것으로 알려졌다.

5남매의 아버지(50대 중반)는 15년 전 한국으로 와 고물상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고물을 수집해 나이지리아로 수출을 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가족은 원곡동에서 선부동으로 1, 2년 전 이사와 월세살이를 하며 5남매를 키웠다.

이들 가족은 불법체류자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외국인이라 수급자 지원 등 정부의 제도적인 도움에선 벗어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슈2팀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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