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날엔]盧초상화 들고 한국 온 前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 직접 그린 盧 초상화 전해
韓美정상 시절 인연 노무현 10주기 추도사로
“자기 목소리 용기있게 내는 지도자라 생각”

편집자주‘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2019년 5월22일 김포국제공항에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자 취재진의 시선이 집중됐다.

체크무늬 재킷과 파란색 와이셔츠, 바지와 운동화 등 편안한 차림이었다. 취재진을 향해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던 그는 준비한 차량에 탑승한 뒤 자리를 떴다.

미국 대통령은 재임 시절은 물론이고 퇴임 이후에도 바쁜 나날을 보낸다. 세계 각국에서 오라는 것도 많고 가야 할 곳도 많다. 전직 대통령이 미국 정계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한 결과다. 말과 행동 하나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을 지낸 조지 H. W. 부시의 장남이다. 아버지에 이어 대를 이어 미국 대통령을 역임한 것으로 유명하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5월 22일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kimhyun81@

특히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을 이끈 인물이다. 미국의 2000년대는 부시 전 대통령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재임 동안 한국은 세 명의 대통령이 있었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 세 명의 대통령이 부시 전 대통령과 인연을 함께 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한미 대통령으로서 5년을 함께 한 인연이 있다.

가장 오랜 기간의 인연. 그 시간 동안 양국 관계에 많은 일이 있었다. 국제 정세와 한미 관계, 한반도 현안 등 쟁점도 많았고 관심도 뜨거웠다. 보수 성향의 공화당 출신 미국 대통령과 진보 성향 민주당 출신 한국 대통령의 궁합이 맞을지 궁금해하는 시선도 많았다.

부시 전 대통령이 한국을 찾은 이유는 그 물음에 관한 대답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했다. 2009년 5월23일 세상을 떠난 노 전 대통령. 2019년 5월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10주기 추도식에는 국내 정관계 인사들은 물론이고 외국 인사들도 참여했다. 그중 한 명이 부시 전 대통령이다.

그는 전 미국 대통령으로서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 지난 세월에 관한 소회, 앞으로의 당부 등을 추도사로 전했다.

2019년 5월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따옴표“저는 한국의 인권에 대한 그분의 비전이 국경을 넘어 북에까지 전달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미국은 모든 한국인이 평화롭게 거주하고 인간 존엄성이 존중되고 민주주의가 확산되고 모두를 위한 기본권이 존중되는 통일 한국을 지지한다.”“그는(노 전 대통령은) 자기 목소리를 용기 있게 내는 지도자였다. 목소리를 내는 대상에서 미국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었다. 노 전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모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목소리를 냈다.”

노 전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 재임 기간, 한미 양국은 역사에 남을 선택을 이어갔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됐고, 한국의 이라크 파병 결정도 이뤄졌다.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인 2019년 5월 23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설치된 시민분향소에서 시민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찌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부시 전 대통령은 한미FTA와 관련해 “저희는 또한 기념비적인 자유무역협정을 협상하고 체결했다. 양국은 세계 최대 무역교역국으로 서로를 의지하고 양국 경제는 크게 도움받았다”고 설명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서 “노 대통령 임기 중 대한민국은 테러와의 전쟁에 참여한 중요한 동맹국이었다. 미국은 이라크 자유수호 전쟁에 대한 대한민국 기여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한국 방문 사실만큼이나 관심을 끈 것은 그가 들고 온 선물이다. 그는 자기가 직접 그린 노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권양숙 여사에게 초상화를 전달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초상화를 그리게 된 배경을 설명하며 이렇게 전했다.

“초상화를 그리며 인권에 헌신한 대통령, 친절하고 따뜻한 대통령,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한 분, 자기 목소리를 용기 있게 내는 지도자를 생각했다.”

이슈1팀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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