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진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 맞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대전(大戰)'의 열기가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아직은 검색엔진 시장에서 구글이 절대적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AI챗봇 서비스를 앞세운 MS 빙(Bing)의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추격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2라운드'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으로 AI 대전의 전선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AI 챗봇이 앞으로 현대인의 삶과 업무수행 방식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지면서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양사간의 경쟁은 더 격화될 전망이다.
구글과 MS의 검색 엔진 AI 챗봇 대결은 지난달 초 시작됐다. 구글이 먼저 지난달 6일 자체 AI 챗봇인 '바드'를 수주 내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하루 뒤인 같은 달 7일 MS는 AI 챗봇 기능을 탑재한 검색 엔진 빙과 엣지를 공개했다. 발표 직후 AI 챗봇은 순식간에 검색 엔진 시장을 뒤바꿀 것처럼 보였다. 시장 점유율 90%가 넘는 '절대 강자' 구글의 위상을 MS가 뒤흔들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두 회사가 발표한 지 한 달, 아직 검색 엔진 시장은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글로벌 검색 엔진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지난 1월 92.9%에서 2월 93.37%로 오히려 증가했다. 같은 기간 2위 빙은 3.03%에서 한 달 새 2.81%로 오히려 점유율이 떨어졌다. 두 회사의 AI 챗봇이 대중에 공식 출시되기 전 시험 단계에 있는 만큼 점유율 변화가 이뤄지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으로 분석된다.
특히 구글과 MS의 AI 챗봇은 모두 공개 이후 오류를 내놓으면서 시장을 들었다 놨다.
구글의 바드는 시연 행사에서 공개한 영상에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웹 망원경의 발견에 대해 "태양계 밖 행성의 첫 번째 사진을 찍는 역할을 했다"고 답했으나 이 답변이 오류인 것으로 판명됐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8일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는 하루 만에 8% 폭락하기도 했다. MS는 무선청소기의 단점에 '코드 선이 짧다'는 답변을 내놓는 식으로 사실과는 다른 오류를 내놓았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이것(AI 전쟁은)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기업들이 지금 이 시점까지 기술을 개발하는 데만 수년이 걸렸고 이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선 또 시간이 걸린다"고 전했다.
다만 챗GPT의 성공을 등에 업은 MS는 계속해서 진격하고 있다. MS는 지난 8일 블로그 글을 통해 AI 챗봇을 탑재한 빙 공개 이후 사용자가 100만명 이상 추가됐으며, 빙의 일일 활성 사용자 수는 1억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사용자뿐 아니라 일일 검색량도 늘었다고 했다. 빌 게이츠 MS 창업자는 지난달 챗GPT가 인터넷만큼 사회를 바꿀 것이라면서 구글의 검색 관련 수익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MS는 검색 엔진 시장의 핵심 수입원인 온라인 광고 선점을 위해서도 분주히 움직였다.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MS는 최근 한 달간 광고주 선점을 위해 세계 곳곳에서 설명회를 개최했다. 검색 엔진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곧 광고 수익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광고주에게 AI 챗봇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정보를 제공했다. 예를 들어 휴가 계획을 짜달라는 요구에 답변을 내놓으면서 주석란에 항공편 예약 링크를 탑재하는 식이다.
광고는 검색 엔진의 기본 수익원이다. 현재 검색 엔진 시장의 점유율 90% 이상을 구글이 차지하고 있다. 구글의 지난해 광고 수익은 2240억달러(약 294조원)다. 그에 비해 MS는 최근 12개월 내 검색 엔진 광고 매출이 180억달러에 불과하다. 1년 전인 100억달러에 비해서는 증가했지만 구글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MS와 구글의 AI 챗봇 전쟁은 한 달여 만에 2라운드로 전선이 확대됐다.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선 것이다. 이 시장은 검색 엔진 분야에서 2위로 구글에 도전장을 내밀어야 했던 MS가 '절대 강자'로 있는 시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MS의 점유율은 85%, 구글은 14%다. MS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MS365'로 지난해에만 410억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구글은 지난 14일 워크스페이스에 생성형 AI를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구글의 초거대 AI 생태계를 확장해 나가는 것에 방점이 찍혔다. 구글의 워크스페이스에서 이메일을 쓰거나 할 때 AI가 글쓰기를 도와 생산성을 높이는 식으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 이틀 뒤인 지난 16일 공개된 MS의 'MS365 코파일럿'을 공개했다.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아웃룩, 팀스 등 MS365 애플리케이션(앱)에 AI 챗봇을 탑재하겠다는 발표였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MS가 구글 검색을 뒤쫓고 있다. 이제 구글은 MS 오피스를 공격하며 저항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측의 AI 챗봇 경쟁은 한층 심화하고 있다. 미 경제매체 포천은 구글이 워크스페이스 AI 탑재를 발표한 당일 개발자를 위한 버텍스 AI 플랫폼에 생성형 AI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는데, 토마스 쿠리안 구글 클라우드 비즈니스 최고경영자(CEO)가 내부적으로 이 제품의 가격을 어떻게 매길지 조차 논의하지 못했음에도 이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AI 기술 레이스가 얼마나 치열한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발표 시점을 놓고도 두 회사는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구글은 MS가 MS365 관련 AI 발표 시점을 16일로 공개한 직후 이보다 이틀 빠른 14일에 기자회견을 진행하겠다고 하루 전인 지난 13일에 공지했다고 한다. 구글은 지난달에도 MS가 AI 챗봇을 탑재한 빙과 엣지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자 급하게 바드의 존재를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