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러 '현대차 공장, 카자흐에 매각협상'

러시아 고위 관계자, 현대차-카자흐스탄 기업 협상 언급
GM 러시아 공장은 교육용 전환 검토
폭스바겐도 러시아 공장 매각 진행 중

러시아 정부 고위 관계자가 현대차 러시아 공장을 카자흐스탄 측이 인수하는 협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현대차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하기 전까지 러시아 자동차 시장 1위 업체였다. 해당 고위 관계자는 또 2020년 현대차가 인수한 러시아 GM공장을 산업 인력 교육 목적으로 사용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키릴 솔로비치크(Kirill Soloveychik) 상트페테르부르크 산업정책·혁신·무역위원장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솔로비치크 위원장은 러시아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한 연방의회 회의에서 "현대차가 카자흐스탄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동시에 러시아 정부는 (현대가 인수한) GM 러시아 공장 중 일부를 산업 인력 교육용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원제 국가인 러시아에서 연방의회는 미국 상원에 해당한다.

그동안 물밑 협상에 대한 얘기는 있었지만 러시아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공식 석상에서 협상 내용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러시아 공장을 2개 가지고 있다. 솔로비치크 위원장은 협상 대상이 2개 공장인지, 1개인지는 언급하지는 않았다. 또 1개일 경우 2개의 공장 중 어느 공장이 매각 협상 대상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그동안 업계는 현대차가 인수한 GM공장 재매각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하지만 현대차가 기존 공장을 매각하고 러시아 시장에서 완전 철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매각 협상 대상은 현대차의 카자흐스탄 반조립 제품(CKD) 합작 파트너사인 아스타나 자동차가 유력하다.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을 넘기면서 러시아 사업을 축소하거나 정리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전쟁 직후부터 제재에 동참하면서 러시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르노, 닛산, 포드, 메르세데스-벤츠 등 일부 업체들은 합작사 지분을 전쟁이 끝난 이후 되사는 조건으로 러시아 국영 기관에 헐값에 넘겼다. 도요타는 아예 현지 법인을 임의 청산하고 사업을 정리했다.

대부분 업체들이 사업을 정리하면서 한 때 러시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현대차그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지금까지 러시아 자산을 남겨놓은 업체는 현대차그룹과 폭스바겐 정도다. 현대차는 연간 생산 능력 20만대 규모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HMMR)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가동 중단 이후 현재까지 개점 휴업 상태다. 이곳에서 일하는 인력만 2600여명에 달했으나 지난해 정리 해고 작업을 시작했다.

또 현대차그룹은 GM 러시아 공장을 3년 전 인수했다. 360억루블(약 6210억원)을 들여 공장을 리모델링할 계획이었지만 전쟁으로 중단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두고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그룹도 러시아 칼루가 공장 매각을 협상 중이다. 러시아 일간지 RBC는 러시아 자동차 수입업체 아빌론그룹이 폭스바겐과 칼루가 공장을 인수계약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보도 이후 폭스바겐 그룹은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외신들은 아빌론 그룹 이외에 러시아 최대 민간 투자기업 AFK시스테마그룹도 유력 협상 대상이라고 밝혔다. 폭스바겐그룹은 칼루가 공장에 11억달러(약 1조4366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해당 공장은 연간 22만5000대의 생산 능력을 갖췄으며 42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산업IT부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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