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사외이사 모십니다'…이사회 다양성 강화하는 전자업계

오는 15일 삼성전자·전기 주총으로 시작
자산 2조 이상 상장사 이사회 특정性 안돼
이사회 전문성·다양성 강화

[아시아경제 한예주 기자] 3월 정기 주총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눈에 띄는 것은 사외이사 라인업이다.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주요 기업들은 여성 사외이사를 늘리는 추세다. 자본시장법은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이사회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으로 구성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자업계는 15일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전기의 정기 주주총회를 시작으로 LG디스플레이(21일), LG이노텍(23일), LG전자(27일), SK하이닉스(29일) 등이 순차적으로 주주총회를 연다.

이 가운데 LG디스플레이와 SK하이닉스는 여성 사외이사 비중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린다.

SK하이닉스는 한애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고 김정원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할 예정이다. 안건이 주총을 통과하면 사외이사는 6명에서 7명으로 늘어나고, 그중 여성 사외이사도 1명에서 2명(한애라·김정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LG디스플레이는 박상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회사 측은 박 교수가 디스플레이 분야 전문가로서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회장 및 SID 석학회원 등으로 활동해 관련 분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 박 교수가 선임되면 LG디스플레이 여성 사외이사는 강정혜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포함해 2명이 된다. 지난해 강정혜 교수 선임 이후 1년 만에 다시 여성 사외이사를 1명 늘린 것이다. 여성 사외이사 2명은 상장 후 처음이다.

삼성SDI도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다. 하이브 사외이사 경험이 있는 이 대표는 ESG 포럼을 주도하고,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대표적인 NGO 활동가로 꼽힌다. 삼성SDI가 ESG 경영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열린 제53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삼성전기는 최종구 라이나전성기재단 이사장 사외이사 선임 안건과 여윤경 이화여대 경영학 교수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 등을 상정한다.

삼성전자 역시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12월 임시 주총을 열고,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글로벌 기업 간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통상전문가인 유 사외이사를 선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이 신규 사외이사의 여성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조에 맞춰 인력의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에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의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한다'는 규정이 포함되면서 사실상 여성 사외이사 선임은 기업들에 필수가 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여성 사내이사 후보가 없는 기업들이 외부에서 여성 명망가를 찾아 사외이사 자리에 앉히고 있는 것이다. 현재 자산 규모 2조원이 넘는 기업 수는 143곳이다.

일각에선 여성 사외이사가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 임원 비중이 작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리천장이 쉽게 깨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500대 기업의 상장사 이사회 여성 임원 비중은 지난 2월 기준 10%에 그쳤다. 이마저도 대부분 여성 사외이사다. 여성 사내이사는 23명에 불과하다. 이중 절반 이상인 15명이 오너 일가로 전문 경영인은 8명에 불과했다.

산업IT부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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