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 1100조원…'재정준칙' 법제화는 공회전

국가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재정준칙 법안이 결국 2월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여야는 재정준칙 법제화가 국가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안전장치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야권을 중심으로 복지 예산 등 민생 안정을 위한 추가 지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재정준칙 법제화가 지연되는 가운데 올해 말 국가채무는 11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기획재정부 및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조만간 재정준칙 관련 국가재정법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지난달 국회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에서 논의됐지만, 야당 의원들이 공청회를 요구하면서 통과가 지연된 바 있다. 공청회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이르면 이달 중 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야 의견이 대립하고 있어 국회 통과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재정준칙 콘퍼런스에서 축사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재정준칙은 국가재정에 한계를 설정하는 것으로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에서 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하는 경우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2% 이내로 관리한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으로 국가채무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면서 올해 말 국가채무가 11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나랏빚은 2017년 660조원에서 2022년 1068조원에 달한다.

정치권에선 검찰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 이슈가 겹치면서 재정준칙 법제화가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야권 일각에서 에너지 공공요금 지원으로 7조2000억원을 포함한 30조원 규모 민생 추경안 편성을 촉구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재정준칙이 늦어질 경우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조사한 ‘재정준칙 도입 국가’ 현황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재정준칙을 도입한 국가는 모두 105개국에 달한다. OECD 38개국 가운데 재정준칙을 도입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국가는 한국과 튀르키예가 유일하다.

대외신인도가 낮아지면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정부의 이자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IMF는 우리나라를 채무 증가 속도가 빠른 국가 중 하나로 분류하고 재정준칙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국고채 이자 규모는 2020년 17조8000억원에서 올해 24조8000억원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재정준칙 법제화가 이달 중 마무리될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기재부가 3월 말 발표하는 예산편성지침에도 해당 내용을 담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국가신용등급을 결정하는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 무디스와의 연례협의는 상반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의 협의는 연내 예정돼 있다.

경제금융부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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