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콘트롤타워 없는 검찰의 ‘마약 수사’

"일을 열심히 하지 말라는데, 누가 나서서 하겠습니까."

검찰에서 마약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검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윤석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이를 맡은 전담조직도 없고 예산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현재 검찰의 마약 수사는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반부패부에 더부살이 중이다.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마약 수사 전담 부서가 없어 검찰의 마약 수사는 사실상 한동안 개점 휴업 상태였다. 소수의 인원만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마약 수사가 이뤄졌다는 게 검찰 내부의 중론이다.

전국의 마약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찰청 강력부를 없애고 마약 전담검사·전문수사관을 특수·형사부로 보냈으니 마약 수사가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하다. 마약류 유통과 투약사범을 단속하고 수사하는 3대 축(검찰·경찰·관세청) 중 하나인 검찰이 손을 놓고 있었는데, 마약류 범죄가 증가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할 노릇이다.

콘트롤타워가 없어지면서 예산도 사라졌다. 검·경을 막론하고 일선에서 수사하는 이들은 "수사는 돈이다"고 입을 모은다. 마약사범을 검거하기 위해 주말까지 일을 하는 것도 서러운데, 사비를 털어서 차량에 기름을 넣고 식사해야 하는 현실에 부딪히게 된 것이다. 그나마 검찰이라는 사명감으로 버티던 이들에게 아예 일을 못 하게 만들어 버린 구조가 가장 큰 문제다.

결국 마약은 거래자들이 상품의 가격·품질 등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시장에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는 ‘개방시장’이 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말처럼 피자 한 판 값으로 마약을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법무·검찰은 아직 느긋해 보인다. 최근 출범한 검찰, 식품의약품안전처, 관세청 등이 모인 범정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에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인천지검, 부산지검, 광주지검을 투입했다. 부장검사와 검사, 수사관만 69명이 동원됐는데, 검찰 내 콘트롤타워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이러다 마약 수사가 시늉만 내고 끝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사회부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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