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장사' 비판 직면한 글로벌 은행들

호주·뉴질랜드 당국, 은행권 이자장사 비판
英 횡재세 검토
궁지 몰린 은행들 예금금리 인상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 시즌에 예대금리차를 높이는 이른바 ‘이자장사’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둔 글로벌 은행들에게 ‘횡재세’ 폭탄을 물리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각국 정부와 규제당국이 대출금리는 대폭 올리고, 예금금리는 천천히 올린 은행권을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가중하는 원인으로 지목하고 나섰다. 은행권에서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마지못해 예금금리를 올리며 구색을 맞추는 모습이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호주 4대 은행 중 2곳은 온라인 저축 계좌에 대해 연 0.85%의 예금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호주 기준금리인 3.35%는 물론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인 5%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영국은 즉시 인출이 가능한 계좌의 예금금리가 0.55%에서 시작한다. 영국 기준금리 4%보다 훨씬 낮다. 미국 예적금 평균 금리도 기준금리인 4.5~4.75%에 턱없이 못 미치는 0.35%에 그친다. 인도네시아 일부 은행은 예대금리차가 11.99%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인 대출금리는 10.5% 수준으로 기준금리(5.75%)의 두 배에 가까웠다.

이처럼 전 세계 시중은행들이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을 틈타 예대마진을 확대하자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 규제 당국은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최근 "용납할 수 없다"며 은행을 비판했고, 짐 차머스 재무장관은 소비자 단체에 은행권의 예대금리차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에이드리언 오어 뉴질랜드 중앙은행 총재도 "은행이 주택담보대출금리는 매우 빨리 올리고, 예금금리는 천천히 올리며 이익을 떠받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려면 예금금리를 인상해 저축을 장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을 향해 ‘돈 잔치’라고 질타한 것과 궤를 같이 하는 발언이다.

한국 뿐 아니라 영국 등 유럽에선 은행의 초과이익을 환수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스페인처럼 이른바 ‘횡재세’를 부과해 은행의 예대마진을 국고로 끌어들이자는 것이다. 스페인은 이미 은행 이자·수수료 수입에 4.8%의 횡재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 궁지에 몰린 은행들은 앞다퉈 예금금리 인상,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호주 은행 4곳 중 3곳은 재무장관의 예대금리차 조사 발언이 나온 지 이틀 만에 예금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했다. 미국 골드만삭스는 인기 상품인 마르쿠스 계좌의 예금금리를 1년 전 0.5%에서 현재 3.75%로 인상했고, 바클레이스와 얼라이뱅크도 각각 3.6%, 3.4%로 예금금리를 올렸다.

휴 다이브 아틀라스 펀드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팬데믹 기간 저축 증가로 은행에 현금이 넘쳐나면서 매력적인 예금금리를 제공할 유인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은행들의 순이자이익 확대는 부실채권 비율이 낮기 때문"이라며 "인플레이션과 주택 가격 하락으로 고객들의 재정 압박이 가속화되면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1팀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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