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신산업을 가능하게 한 규제개선

금산분리 규제 완화 새로운 시장 열고
배터리 구독 허용·전기차 무선충전도 규제개선 혜택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해왔고, 올 상반기 이를 매듭지을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막대한 자본력과 데이터, 인프라를 가진 금융회사들은 그 강점을 활용해 다양한 산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KB국민은행의 ‘리브엠’(알뜰폰)이나 신한은행의 ‘땡겨요’(배달앱)와 같은 비즈니스가 상시 허용되는 것이다. 금융지주사들은 e커머스, 블록체인, 디지털자산, 헬스케어, 모빌리티,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고민은 빅데이터·AI 등 신기술이 금융산업과 결합하면서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현실에서 출발했다. 디지털화와 빅블러(산업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 등 환경 변화 속에서 핀테크(금융+기술)·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등 새로운 플레이어들은 이미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규제 당국은 제도를 개선해 금융산업의 손발을 풀어줘야만 경쟁력 있는 신사업이 탄생하고, 국민들의 편익도 향상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대여 사업 허용 또한 신사업을 만들어낸 규제개선 사례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전기차와 배터리 소유권을 별도로 등록하고 있지 않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차체와 핵심부품인 엔진 소유권을 별도로 등록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다.

전기차에서 배터리 가격은 전기차 가격의 40%를 차지할 만큼 비싸고 핵심 자원으로서 활용성이 높다. 차체 수명과 배터리 수명이 일치하지 않는데 차체와 함께 배터리를 폐기한다면 엄청난 낭비와 비효율이다.

캐피털사 등 여신전문금융업체들은 전부터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신사업으로 점찍었지만 현행법으로는 불가능했다. 국토교통부는 상반기 중 자동차등록규칙을 개정해 등록원부에 배터리 대여 사실을 기재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여신업계는 관련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 배터리 리스를 활용해 자동차 가격을 낮추면 전기차 보급도 빠르게 늘 것이다.

1903년 헨리 포드가 포드자동차를 설립하고, 세계 최초로 근대식 자동차를 개발해 내놓자 세상 사람들은 그를 조롱했다. 고가의 자동차가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석유왕 록펠러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는 미국 전역에 주유소를 만들었다. 자동차 대량생산 시대를 준비하며 신산업을 탄생시킨 것이다.

120년이 지난 지금 ‘미래주유소’ 사업을 두고 벌이는 경쟁도 그렇다. 전기차 무선충전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BMW는 이미 2018년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무선충전 시스템을 개발했다. 도요타와 포르쉐는 올해 각각 3㎾급과 10㎾급 무선충전 시스템 개발을 완료할 전망이다. 이 시스템 개발에 나선 국내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경쟁사 대부분이 기술확보는 가능한 수준이지만 아직 대량 양산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다"고 했다.

촌각을 다투는 기술확보 경쟁을 위해 국내 관련 기업들은 전기차 무선충전용 주파수(85㎑) 분배를 요청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신속하게 전파법 시행령과 관련 고시를 개정하며 길을 터줬다. 좋은 사례가 많다. 규제개선을 제대로 하면 신산업을 만들어 미래 먹거리를 마련할 수 있다.

편집국 김민진 정치사회부문 조사팀 콘텐츠매니저 ent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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