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감독원'의 압박…대출금리 내렸지만 체감 못하는 이유

'금융감독원' 요즘 '금리감독원'이라고 불려
금리 통제로 16일부터 변동금리 인하
기존 영끌족들이 인하 체감하려면 반년 지나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요즘 은행권 사람들은 금융감독원을 '금리감독원'으로 부른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기 내내 '금리 올려! 금리 내려!'를 반복해 외쳤던 탓이다. 이름값도 제대로 했다. 16일부터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전날보다 0.47%포인트 내려갔다. 은행 변동금리 산정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1월 4.29%에서 이달엔 3.82%로 떨어진 덕분이다.

코픽스가 하락한 이유는 금융당국이 작년 11월부터 시중자금의 은행 쏠림 현상을 막으려 예·적금 금리를 낮췄기 때문이다. 채권 시장이 안정되며 은행채 금리까지 떨어진 것도 힘을 보탰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의 예·적금, 은행채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코픽스가 떨어지면 은행이 빌려줄 돈을 마련하는 데 드는 조달금리가 낮아지고, 대출금리도 그만큼 내려가는 게 작동 원리다. 코픽스가 오르면 이와 반대로 움직인다.

16일 시중은행 변동금리 4.32~6.42% 작년 10월 수준으로 떨어져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변동금리(16일 기준) 하단~상단은 4.32~6.42%로 집계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작년 10월과 비슷한 금리 수준"이라며 "1월에 변동금리 상단이 8%까지 올라갔던 것과 비교하면 빠른 시간에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문제는 체감속도다. 사람들이 여전히 이자가 비싸다고 느끼는 건 금리 적용 시차 때문이다. 집을 새로 사는 사람들의 경우엔 지난달 금리와 이번 달 금리를 비교하면 내려간 걸 금방 알 수 있지만 기존 영끌족은 다르다. 변동금리는 6개월에 한 번씩 바뀌는 구조라서 그렇다.

예를 들어 지난해 8월 금리가 바뀌었던 영끌족은 이달 새로운 금리 통보를 받게 되는 식이다. 2월 코픽스(3.82%)가 아무리 전달보다 떨어졌다고 하지만, 작년 8월 코픽스(2.9%)와 비교하면 1%포인트 높다. 이 경우 영끌족 입장에선 이달부터 적용받는 변동금리가 6개월 전보다 최소 1%포인트 이상 올라가게 된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영끌족이 금리 인하를 체감하려면 반년은 지나야 한다"며 "작년 12월에 코픽스가 정점을 찍었을 때 금리를 책정받았던 사람들이 올해 6월 새로운 금리를 적용받을 때까지 금리 인하를 체감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도 금리 인하 압박 거셀 듯

수신 측면에서 금리가 내려가면서 국민들의 이득은 확실히 줄었다. 5대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전부 3% 대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5대 은행의 정기 예금 잔액은 1월 한 달 동안 6조2000억원 감소했다.

금감원은 은행의 '이자장사' 논란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잠재우겠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은 '2023년 검사업무 운영계획'을 통해 최근의 사상 최대 이익을 낸 은행들의 상황을 '시장 변동성 확대에 편승한 불합리한 관행'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불합리한 대출금리와 수수료 부과 여부,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적정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경제금융부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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