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볕든다…서울시 '시공사 선정 더 빨리'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서울시·의회, 상반기 중 관련 조례 개정 방침
"초기 정비사업 탄력…단 부작용 줄여야"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서울시가 신속한 주택공급을 위해 재개발·재건축 시공사 선정 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다시 앞당긴다. 깜깜이 공사비 증액 문제로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시공사를 정하기로 한 지 13년 만이다. 앞으로 초기 단계의 조합도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정비사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시공사와 조합의 과도한 결탁 등 과거의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일대 재개발 추진 지역

서울시, 시공사 선정 시기 13년 만에 조합설립 이후로 앞당기기로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모든 정비사업구역이 조합설립인가 후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를 위해 시는 서울시의회 상임위원회의 협조를 받아 상반기 중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 조례를 개정할 방침이다.

정비사업은 정비구역 지정▶안전진단(재건축)▶조합설립인가▶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계획인가▶이주 및 철거▶준공 순으로 진행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시공사 선정은 통상적으로 조합설립 이후에 가능하다. 하지만 서울시는 2010년 공공관리지원제를 도입하면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사업시행인가 후에 시공사를 선정하기로 했다. 구체적 항목 없이 대략적으로 책정된 공사비가 시공사에 의해 과도하게 증액되고 이로 인해 사업이 좌초·지연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시의 기대와 달리 시공사가 없는 초기 사업장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한편 시공사 선정 이후에는 설계 변경이 잇따르면서 오히려 사업이 지연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에 서울시가 시공사 선정 시기의 시계를 되돌리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 주거정비과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 시기를 앞당김으로써 구체적인 시공계획과 건축·교통 등 심의 등이 동시에 진행돼 사업 진행에 속도를 붙일 수 있다"면서 "또 정비사업 초기 단계에 자금 조달방안을 마련하고 브랜드 설계 적용 등이 가능해지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청사

애매한 공사비 책정, 과도한 시공사 간섭 우려는 여전…서울시 "안전장치 마련 계획"

다만 시공사 선정 조기화를 두고 과거에 겪은 문제점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공사비 책정과 타당성 검증이 어려워진다. 기존에는 사업시행인가를 통해 확정된 설계도서가 공사비 책정의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수주전 과열로 인한 비리 발생, 시공사가 사업을 좌우하는 문제 등이 부작용으로 꼽힌다.

이에 서울시는 ‘제도 개선 특별팀’을 운영한다. 특별팀은 시공사가 확정된 설계도서를 바탕으로 공사 항목별 예산을 명시하는 ‘내역 입찰’ 수준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서울시 주거정비과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을 앞당긴다고 해서 기존에 추진한 공공지원제도의 성과를 버리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상반기 중에 부작용을 최소화할 안전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신규택지가 없는 서울의 특성상 원활한 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정비사업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시공사 선정 조기화로 참여자의 전문성과 자금력이 높아지면 조합설립인가부터 사업시행인가까지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과거 문제가 된 조합과 시공사의 결탁 문제, 사업의 불투명성 등을 최소화하도록 당국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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