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숙기자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법원이 '스카이72' 골프장 부지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돌려주지 않은 기존 운영사를 상대로 17일 강제집행에 나섰다.
인천지법 집행관실은 이날 오전 8시께 인천 중구 영종도 '스카이72 골프클럽'에서 토지 인도를 위한 강제집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골프장 안에서 식당 등을 운영하는 시설 임차인 측은 용업업체 직원 500명가량을 고용해 강제집행에 맞섰다. 이 과정에서 소화기가 뿌려지고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
용역업체 직원들은 '좌파정권 입찰비리 수사촉구', '공동점유자 불법집행 시도 즉각중지' 등 문구가 적힌 조끼를 입었고, 일부는 경광봉과 소화기를 손에 든 채 정문을 지켰다. 또 건설장비와 물차 등으로 진입로를 막았다.
법원 집행관실 관계자는 "원고 승소 판결이 났기 때문에 채무자는 마땅히 원고에게 (골프장) 부지를 넘겨줘야 한다"며 "인도집행을 하기 위해 왔고 세입자들의 정당한 점유권은 보호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임차인 측 법률대리인인 이성희 법무법인 천고 변호사는 "골프장 소유권이 바뀌었다고 강제 집행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신규 사업자는 고용 승계를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사업자나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연락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스카이72 골프장 내 골프아카데미·식당·편의점 등을 운영하는 16개 업체는 '강제집행 대상에서 점유 시설을 제외해달라'며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제3자 이의의 소를 지난해 12월 26일 인천지법에 제기했다.
이번 강제집행은 지난해 12월 인천공항공사가 기존 골프장 운영사인 주식회사 스카이72를 상대로 낸 '부동산 인도 등 소송' 상고심에서 최종 승소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스카이72는 골프장 부지를 인천공항공사에 넘겨줘야 하는데도 최근까지 이행하지 않았다. 스카이72는 후속 운영사 선정과 관련한 검찰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골프장 부지를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존 운영사 스카이72는 2005년 인천공항 5활주로 건설 예정지인 인천공항공사 소유 부지를 빌려 골프장과 클럽하우스를 조성한 뒤 운영해왔다.
인천공항공사와 스카이72는 계약 종료 시점을 '5활주로를 건설하는 2020년 12월 31일'로 정했으나 5활주로 착공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2년 넘게 법적 분쟁을 벌였다.
공항공사는 계약기간이 끝났다며 스카이72에 퇴거를 요구하면서 잔디와 클럽하우스 등 골프장 시설 전부를 넘기라고 통보했다. 이어 골프장 운영사를 다시 선정하는 공개 입찰을 진행했고 'KMH신라레저'(현 KX그룹)가 새 사업자로 선정했다.
이어 공항공사는 지난해 1월 운영사를 상대로 토지 반환과 소유권 이전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이에 맞서 스카이72도 자신들이 골프장 부지를 임차하는 동안 시설에 투자한 비용(유익비)을 돌려받겠다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인천공항공사의 손을 들어줬으며, 스카이72 측의 유익비 청구는 기각됐다. 대법원은 이런 2심까지의 판단을 모두 수긍하고 지난해 12월 인천공항의 승소를 확정했다.
스카이72는 법적 분쟁동안 골프장 운영을 계속해왔으며, 지난해 골프장 매출 923억원, 영업이익 212억원을 기록하며 2005년 영업 개시 후 최대 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검은 스카이72 새 운영사 선정 입찰 과정에 인천공항 경영진의 배임 의혹이 있다는 고발 사건을 다시 수사하라는 명령을 지난해 9월 인천지검에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