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그날엔]대구 '정치아이돌'…유승민·홍준표 악연의 고리

맹주 없는 대구 민심, 차기 대선 어디로
원조 아이돌 유승민, 배신자 이미지 부담
현역 대구시장 홍준표, TK 맹주는 아직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편집자주‘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2018년 5월 22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서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왼쪽)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연탄가스처럼 틈새만 있으면 올라와서 당원과 국민들을 이간질하는 못된 버릇….”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30년째) 꼴찌에서 대구가 어떻게 벗어날지를 고민해야지, 왜 날 비난하는데 에너지를 쏟아붓나.” -유승민 전 의원

국민의힘 소속의 대권 주자들인 홍준표 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의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두 사람의 독설은 현재 같은 당에 있으며,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여의도 정치의 동료라는 관계를 고려할 때 정도를 넘어섰다.

단순한 비판을 넘어선 그 무엇이 있다는 얘기다.

홍준표 시장이 국회의원이 된 시기는 제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소속으로 당선됐던 1996년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2004년 한나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국회의원이 됐다.

홍준표 시장은 여의도 현역 정치인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정치 경력이 많은 인물이다. 유승민 전 의원 역시 내년이면 국회의원이 된 지 20년에 이른다.

두 정치인은 정치적으로 결을 달리한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보수정당의 뿌리를 함께 정당에서 생활했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나이도 홍준표 시장이 1954년생, 유승민 전 의원이 1958년생으로 비슷하다. 그 정도면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었을 법도 한데 만으로 60대 중후반을 헤아리는 나이에 서로 으르렁대고 있다.

두 사람의 갈등 관계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당에 남았던 홍준표 시장과 당을 떠났던 유승민 전 의원의 선택과도 관련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이는 하나둘이 아니다. 현재 국민의힘 주류 세력 중에서도 탄핵 찬성 의원들이 적지 않다. 탈당과 분당을 둘러싼 갈등만으로는 두 사람의 대치 전선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주목할 부분은 두 사람 모두 대구 정치의 ‘아이돌’로 불렸거나 그런 존재를 꿈꿨다는 점이다. 두 사람의 정치 이력 교집합이 바로 대구다. 홍준표 시장은 서울 송파에서 의정활동을 시작했고, 국회의원 생활 대부분을 동대문에서 보냈다.

서울에서 다선 의원의 꿈은 이뤘지만, 대통령의 꿈을 이루려면 보수정당의 텃밭인 대구에서 터를 잡는 게 중요했다. 경남도지사에 두 번이나 당선됐던 정치인 홍준표가 2020년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대구 수성을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배경이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모두 출마한 대구 수성을 지역구 선거에서 홍준표 후보는 38.51% 득표율로 당선됐다. 2020년 드디어 대구 국회의원에 올랐다.

대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퇴임 이후 무주공산이었다. 대구·경북 출신 정치인은 많지만, 맹주라고 불릴 만한 뚜렷한 인물은 보이지 않았다. 정치인 홍준표의 대구 출마는 미래를 내다본 포석이었다.

정치인 홍준표는 지난해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해 78.75%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2020년 득표율의 두 배가 넘는 수직상승이었다.

유승민 전 의원

현재 대구시장을 맡고 있지만, 대구 정치의 아이돌이라고 부르기에는 어색함이 있다. 이는 대구 정치의 복잡한 현실과 맞닿아 있다.

대구가 키웠던 진짜 정치 아이돌은 따로 있었다. 바로 정치인 유승민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홍준표 시장과 달리 정치 인생 대부분을 대구에서 보냈다.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대구 동구을에 출마한 정치인 유승민은 84.43%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박근혜 신드롬이 대구 정치를 견인하던 무렵 그의 뒤를 잇는 인물로 정치인 유승민이 떠오른 순간이다. 대구 민심은 꾸준하게 정치인 유승민에게 힘을 실었다. 2016년에는 무소속 후보로 대구 동구을에 출마했지만 75.74%의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껄끄럽던 시절에도 대구 민심은 정치인 유승민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2016년 12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대구 민심은 격랑 속에 빠졌다. 탄핵에 찬성했던 정치인들은 대구에서 후폭풍을 경험했다.

그 사건 이후 정치인 유승민은 사실상 대구 정치의 아이돌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날 일로 실망하는 여론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렇다고 현역 대구시장인 정치인 홍준표가 대구 정치의 맹주라고 보기도 어렵다.

대구 정치의 무주공산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대구를 지역 기반으로 하는 다른 정치인 중에서는 마땅한 후계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홍준표 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은 선택지로 남아 있다. 대구는 그들 중 한 명을 선택할까. 아니면 새로운 인물을 대구 정치의 아이돌로 키울까. 분명한 것은 대구 정치의 아이돌로 평가받는 인물은 2027년 국민의힘 대선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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