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여전한 제2금융권 ‘대출 한파’

연초 가계대출 할당량 초기화에도
저축銀·캐피탈社, 토스 등에서 ‘점검중’
조달금리 인상·차주 신용도 하락 탓

[아시아경제 권현지 기자] 저축은행, 캐피탈 등 제2금융권이 새해에도 쉽사리 대출 빗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대출 자금 조달 비용이 치솟은 데다 차주들의 신용도 하락으로 위험 부담이 커지면서 여신 확대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있어 저소득·저신용 서민들의 ‘대출 한파’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출 중개 플랫폼 토스(왼쪽)와 카카오페이 내 신용대출 조회 화면(사진출처=토스, 카카오페이 캡처)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웰컴·페퍼·대신·JT 등 상당수 저축은행은 토스, 카카오페이 같은 대출 중개 플랫폼에서 ‘점검 중’이라며 대출 신청을 받지 않거나, ‘점검 완료’ 상태라도 대출 운영은 안 하고 있다. 캐피탈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롯데·DGB·웰컴캐피탈 등이 역시 외부 플랫폼에서 대출 업무를 중단한 상태다.

각 사 애플리케이션(앱)에선 여신 업무를 하고 있지만, 저축은행의 경우 외부 플랫폼을 통해 들어오는 이용자가 많다는 걸 고려하면 대출 여력을 대폭 줄인 것이다. 대출 중계 플랫폼을 통한 취급 비중은 저축은행 전체 대출의 절반을 넘어설 정도다. 자산 규모가 큰 SBI·OK 등 몇몇 저축은행만 외부 플랫폼에서 정상 영업 중이다.

금융권에선 지난해 하반기 시작됐던 저축은행 여신 축소 기조가 해가 바뀌면 해소될 걸로 예상했다. 통상 저축은행은 금융당국이 매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제시하는 총량 증가율 가이드라인을 맞추기 위해 연말 대출 업무를 한시적으로 중단했다가 새해 대출 할당량이 초기화되면 재개하곤 했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새해 대출 빙하기는 지난해 초 저축은행·캐피탈사 대부분이 해가 바뀌자마자 대출 업무에 복귀했던 것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저축은행의 대출 정상화 속도가 더딘 이유 중 하나는 조달금리 인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다. 법정최고금리가 20%로 묶여 있는 상황에서 조달금리가 연 12% 선까지 올라 마진을 낼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수수료까지 붙는 외부 플랫폼부터 들어오는 대출을 막은 것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취약 차주들의 신용도 하락 영향도 크다. 경기 악화로 이들의 상환 능력이 저하되자 저축은행도 대출 문턱을 올려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이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 연체액은 3조4344억원으로 직전 분기(2조9772억원) 대비 4000억원 넘게 늘어났다. 전 분기 대비 연체율이 상승한 곳도 전체의 40%(32곳)에 달해 저축은행 부실 위험도는 커지고 있다.

한 중소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 재개는 좀 더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할 것"이라며 "차주들의 신용 상태가 악화하고 조달 비용은 커져 양쪽으로 압박을 받다 보니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걸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 대출 중단 문제를 지적하며 개입을 예고한 만큼 대출 재개에 나서는 은행도 있을 걸로 보인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대출 재개를 요청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돈을 풀 것”이라면서도 “수익성 측면은 우려가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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