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숨진 빌라왕은 바지사장…'유사사례 더 있을 것'

경찰, 배후세력 추정 업체 신병 확보 중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많은 세입자를 고통으로 몰아넣은 '빌라왕' 정모씨가 바지사장에 불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9일 경찰은 정씨 사건의 배후세력으로 추정되는 한 컨설팅업체를 입건해 신병 확보를 추진 중이다.

정씨는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갭투자로 빌라와 오피스텔 240채를 매입해 임차인을 들였다. 정씨가 소유한 주택 중 다수가 '원조 빌라왕' 김모씨와 같은 건물에 있어 이들 사건이 서로 연결돼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경찰은 김씨 사건과 관련해서도 건축주와 분양대행업자 등 관련자 5명을 입건해 계좌 등 압수물을 분석 중이다. 이밖에 인천 미추홀구에서 빌라와 오피스텔 60여채를 보유했던 20대 빌라왕 송모씨 사건도 수사 중이다.

지난달 23일 오후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한 것으로 알려진 인천시 미추홀구 모 아파트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빌라왕 전세 사기 사건이 주목받은 배경에는 이들의 석연치 않은 죽음이 있었다. 정씨는 지난해 7월 아무런 연고가 없는 제주에서 사망했고, 김씨와 송씨 역시 지난해 10월과 12월 각각 숨졌다.

적게는 수백채, 많게는 수천채의 빌라를 보유하고 있던 3명의 빌라왕이 모두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 사건에 배후세력이 있을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특히 정씨 사망 이후인 지난해 8월까지도 잔금을 치르는 등 거래 흔적이 발견됐고, 김씨의 경우 지적 장애를 앓는 것 같았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나와 제3의 인물이나 공범 등이 계약 체결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했을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경찰에 따르면 각 사건의 빌라왕들이 모두 배후세력이 있는 것은 아니며 본인이 주체인 경우도 있다. 다만 정씨 사건의 경우 분양 컨설팅업체가 실질적인 조직이며, 정씨는 바지사장에 가까운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은 이와 유사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계속해서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한편 경찰은 지난해 7월25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세 사기 특별 단속을 통해 무자본 갭투자를 포함 총 399건, 884명을 검거했고 그중에 83명을 구속했다. 유형별로 보면 허위 보증보험이 493명으로 가장 많았고, 공인중개사법 위반(181명), 무자본 갭투자(34명)가 뒤를 이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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