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族 '이자 5~7%'에 몰렸다

금리 뛰자 심리적 위축에 금전 부담
신규대출액 절반 넘게 고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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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금리가 7%라니 심리적인 위축이 크네요. 주거래 은행에서 5000만원 빌렸는데 한 달 이자가 30만원이에요. 앞으론 돈 10만원이 생겨도 딴 데 안 쓰고 대출부터 먼저 갚으려고 합니다."(직장인 이민정씨(31))

우리나라 예금은행에서 새로 나간 가계대출액의 절반이 금리 5~7%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예금은행 신규대출액 중 이자 5~7%가 적용된 대출은 48.4%였다. 이는 2012년 2월(52.7%) 이후 약 11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7% 이상 고금리 적용된 신규대출은 전체의 11.4%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해 들어 5대 은행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8%를 넘어갔고, 신용대출 금리도 8%를 목전에 두고 있다"며 "한국은행이 이달 13일 또 한차례 기준금리를 올리면 금리도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 싼 대출, 어디 없나요"

이자 부담이 점점 커지자 더 싼 금리를 찾아 옮겨타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주담대를 받은 사람들의 경우, 금융당국이 1분기 중 내놓을 특례보금자리론에 대한 관심이 높다. 소득 요건이 없고, 주택 구입, 생활 안정 자금 용도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연봉이 높아도 집값이 9억원 이하면 5억원까지 금리 4%대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주택담보대출을 시중은행에서 금리가 4%대로 낮은 인터넷은행으로 갈아타기 하는 금융소비자도 늘어나고 있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다른 은행에서 카뱅으로 갈아탄 주담대(약정금액 기준) 금액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953억원에 달했다. 작년 3월 말 63억원이었는데, 약 반년 사이에 15배 증가한 셈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 가운데 오는 25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상 여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19일 서울 시내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중간소득층만 대출 잔액 늘어

금리가 오르면서 소득수준에 따른 대출 대응 능력도 차이를 보인다. 저소득층은 돈을 못 빌려서 대출잔액이 줄고, 고소득층은 이자 부담을 줄이려고 돈을 갚아서 대출잔액이 감소했다. 평균 대출잔액 늘어난 건 중간소득층뿐이었다.

지난달 말 발표된 금융연구원의 '금리 상승에 따른 소득수준별 차주 상환능력 변화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저소득층(소득 1분위)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2021년 9월 4134만원에서 2022년 9월 3770만원으로 364만원(8.8%) 줄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2금융권이 법정최고금리 벽 탓에 금리를 더이상 못 올리고 대출을 중단해 저소득층이 대출절벽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고소득층(소득 5분위)은 평균 대출 잔액이 같은 기간 1억5276만원에서 1억5200만원으로 0.5% 줄었다. 중간소득층(소득 2,3,4분위)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3.2%(146만원), 4.9%(272만원), 4.1%(328만원) 늘었다. 보고서는 "고소득층이 상환 여력을 갖춰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 부담 증가에 대응한 것과 달리 중간소득층의 경우 금리 상승에 따른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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