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EU 탄소규제 실시…'저탄소 전환 2천억, 녹색금융 9조 투입'

추경호 부총리, 제231차 대외경제장관회의
EU 탄소 규제에 철강·알루미늄 타격 불가피
탄소중립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 2097억 지원
녹색금융 규모 3조8000억→9조4000억 확대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정부가 탄소배출이 많은 국내기업을 저탄소 구조로 전환하는 정책을 내놨다. 탄소중립을 위한 녹색금융에는 9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한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글로벌 기후변화 규제 시행으로 국내 기업의 타격이 우려되면서다.

26일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및 경제부총리는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에서 제231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최근 EU가 기후변화 및 공급망 대응 등을 위해 자국 중심의 제도들을 도입하고 있다”면서 “우리 경제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기회요인을 활용할 수 있도록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CBAM 현황 및 대응 방안’ 안건이 논의·의결됐다. CBAM은 EU가 도입한 일종의 ‘탄소세’다.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만든 제품이 EU로 수입될 때 세금을 부과하는 식이다. 제품을 만들 때 나오는 탄소배출량을 추정하고 이를 EU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동한다. 지난 18일 EU 집행위원회와 이사회, 유럽의회 간의 입법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대상 품목은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등 총 6개 품목이다. 내년 10월 전환기간을 거쳐 2026년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EU에서 무상으로 할당하던 ETS도 2026년~2033년 폐지된다.

제도가 시행되면 국내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철강회사의 경우 지난해 EU에 판매한 수출량만 43억불에 달한다. EU의 철강수입국 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5번째로 크다. 게다가 한국 철강회사는 비교적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전기로 보다 고로를 많이 써 손실이 불가피하다. 알루미늄 역시 투입재(잉곳) 생산 공정에서 탄소배출량이 많은 업종이다. 전체 탄소배출량의 95%가 배출되는 잉곳을 현재 말레이시아나 호주 등지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행정·비용 부담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환기간 동안 국내 수출기업들은 EU에 분기별로 탄소배출량 정보를 보고해야 한다. 수출품에 내재된 탄소배출량뿐 아니라 원산지에서 이미 납부한 탄소가격도 포함해야 한다. 또 제도 본격시행 후 ETS 무상할당까지 사라지면 인증서를 더 많이 구매해야 한다.

정부는 국내기업 대응역량 강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탄소중립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을 통해 내년부터 2030년까지 철강에 2097억원을 지원한다. 고로를 전기로로 바꾸고 탄소감축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등 철강업종을 저탄소 생산구조로 바꾼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소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수소환원제철’ 공정설계 기술개발을 뒷받침한다.

금융시장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탄소 감축환경 조성에도 나선다. 탄소중립 설비 구축투자 지원을 위해 녹색금융을 올해 3조8000억원에서 내년 9조4000억원으로 늘린다. 녹색채권에 3조9000억원, 녹색금융 이차보전에 3조5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자발적으로 탄소를 감축할 수 있도록 배출권시장 활성화도 추진한다. 구체적으로 배출권시장에 제3자를 참여하게 하거나 배출권 선물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밖에도 중소·중견기업을 포함한 대(對) EU 수출기업의 대응역량을 강화한다. 실무자 가이드북을 제작·배포하고 관련 설명회도 추진한다. 측정·보고·검증(MRV) 단계와 관련된 실무자 교육을 제공하고 간이 시스템도 개발한다.

추 부총리는 “향후 EU 이행법령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우리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 협의하겠다”면서 “국내적으로는 영향이 큰 분야를 중심으로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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