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고 겪는 김광호 서울청장… 특수본, 나흘만 재소환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에서 피의자 조사 출석을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6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재차 불러 조사하고 있다. 지난 2일 첫 번째 소환 이후 나흘 만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특수본은 이날 오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김 청장을 서울청 마포청사 조사실로 소환해 핼러윈 기간 치안·경비 책임자로서 참사 전후 조치 사안을 확인하고 있다. 또 핼러윈 이전 이태원에 기동대 배치를 결정하지 않은 경위를 캐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에 따르면, 서울 치안의 총책임자인 김 청장은 참사 당일 상황을 뒤늦게 인지하고 늦장 대응으로 인명 피해를 키운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김 청장은 지난 2일 특수본에 출석해 약 10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당시 김 청장은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은 이날 김 청장을 상대로 참사 당일 112신고 처리와 구호조치의 적절성 전반을 조사 중이다. 김 청장은 참사 발생 1시간21분 뒤인 10월 29일 오후 11시36분 이임재 전 용산서장의 보고를 받고 참사 상황을 처음 파악했다. 당일 서울청 사무실에서 집회관리 업무를 한 뒤 강남구 자택에 있다가 이 전 서장의 전화를 수차례 놓치기도 했다.

특수본은 아울러 서울청이 핼러윈 대비 대응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김 청장과 윤시승 서울청 경비부장이 집회·시위 경비 문제로 이태원 일대에 기동대 투입이 어렵다는 내용으로 통화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한다. 참사 당시 미리 기동대가 현장에 배치돼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 많은데, 특수본은 김 청장을 상대로 해당 경위를 확인할 방침이다.

특수본은 기동대 배치를 둘러싼 서울경찰청 내 의사결정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1일 윤 부장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윤 부장에게도 안전 대책을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함께 피의자로 입건할 계획이다.

특수본은 김 청장의 범죄 혐의를 어느 정도 입증하는 대로 상관인 윤희근 경찰청장에게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검토할 방침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윤 청장 입건 가능성에 대해 "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수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현판이 서울 마포구 경찰청 마포청사 입구에 걸려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특수본은 경찰청 특별감찰팀으로부터 감찰자료를 넘겨받은 뒤 지난 1일 김 청장의 법률상 신분을 피의자로 전환했다. 김 청장은 피의자로 입건된 이후로도 여전히 정상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선 2일 첫 조사를 받은 뒤에도 청사로 복귀해 카타르 월드컵 거리응원 상황을 지켜보며 경비 업무를 지휘했다고 한다.

이태원 참사로 특수본에 입건된 경찰 피의자 가운데 직무를 계속해 수행하고 있는 것은 김 청장이 유일하다. 이 전 서장을 비롯해 박성민 전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 등은 모두 대기발령 조치돼 특수본 수사를 받고 있다.

인사 권한을 쥐고 있는 경찰청은 이날까지도 김 청장에 대한 별도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앞서 이 전 서장 등에 대해 입건 직후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어렵다"며 대기발령 조치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로 인해 김 청장은 특수본 조사와 더불어 서울 치안 총괄이란 직무를 병행해야 하는 이중고를 떠안고 있다.

더욱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산하 화물연대 파업(집단운송거부)의 투쟁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 등 서울 치안 총책임자로서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 상황이다. 특수본 수사가 장기화될 경우 서울 치안에 대한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수본 수사는 전날 법원에서 이 전 서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동력이 일부 떨어진 상태다. 서울서부지법 김유미 영장전담 판사는 특수본이 앞선 1일 이 전 서장 등 경찰간부 4명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절반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수사와 아울러 '윗선'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특수본 계획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김 청장에 대한 수사도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수본 측은 법원의 결정에 존중하며 추후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수본은 영장기각 사유를 분석하는 한편 이날 김 청장 외 용산구청 안전건설국장, 최재원 용산구 보건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부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