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대표회의 오른 김명수 코트 ‘법원장 추천제’… 제동 걸리나

대표회의 산하 인사제도위원회 "사법 포퓰리즘 확대 원인" 지적
김 대법원장 내년 9월 임기 만료… 대표회의 결론에 法 내부 관심

김명수 대법원장이 10월 4일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 이후부터 추진하고 있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전국 법원의 대표 법관들이 모이는 회의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다. 회의에서 도출된 결론은 전국 법관들의 중론인 만큼 회의 결과에 따라 김명수 코드의 역점 정책인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중대한 갈림길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5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회의를 열고 법원장 후보 추천제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사법행정 및 법관 독립에 관한 사항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의할 수 있는 법관들의 공식 회의체다.

대표회의는 이날 총 7개의 의안을 논의한다. 의안 중에서 단연 관심은 법원장 후보 추천제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수평적인 사법행정 구현과 법관인사 이원화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김 대법원장이 도입한 제도로, 내년에는 전국 20개 지방법원으로 확대 시행된다.

법원장 후보는 ▲법조경력 22년 이상 ▲법관 재직기간 10년 이상 ▲지방법원 부장판사 중에서 법관 3인 이상의 추천을 받은 법관이 된다. 추천받은 법관은 법원장 후보가 되고, 소속 법관들이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다득표자가 법원장으로 취임하는 것은 아니고 대법원장이 법원장 인사 때 투표 결과를 참고한다. 하지만 법원장 후보 투표를 통해 다득표를 한 법관이 법원장에 오른 사례가 많다.

반면 법원 내부에서는 인기 투표로 법원장 후보를 결정한다는 비판 목소리가 계속 제기돼 왔다. 또 일선 법관들이 선출한 법원장 후보가 그대로 법원장이 되는 것도 아니고 최종 결정 권한은 대법원장에게 있다. 이에 따라 사실상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에 힘만 실어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오석준 대법관도 후보자 청문회 당시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오 대법관은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재판을 지연하고, 열심히 일하는 법원 분위기를 흐리게 한다는 지적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며 "판사들이 선거나 투표와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고, 법원장 추천제라는 건 그 소속 법원에서 대부분 장기간 내지 종신 근무하는 형태에서 뽑는 게 취지에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법관대표회의 산하 법관인사제도 분과위원회가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인기투표 식이고 사법 포퓰리즘을 확대하는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법원 내부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두고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표회의 산하 법관인사분과위원회 위원장인 이영훈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는 최근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두고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대법원장의 무리한 치적 알박기"라고 비판했다. 이 부장판사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인기투표 식이고 사법 포퓰리즘을 확대하는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며 "내년 확대 실시 결정 전에 (법원)행정처와 대법원이 현 제도의 성과와 장단점,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 등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 시행으로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사법 행정 문화가 조성되고 법원장과 구성원 상호 소통이 원활해졌다"고 답했다.

대표회의를 통해 결론을 도출한 뒤 김 대법원장에게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대한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어서 회의 결과에 따라 법원장 후보 추천제의 존폐가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표회의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모아질 경우, 내년 9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김 대법원장이 계속해서 후보 추천제를 고수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법원 내부 관측이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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