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대원이 사고 차에서 구조한 소녀 … 친딸이었다

캐나다 여성 구급대원, 심한 부상 입은 딸 못 알아봐
숨진 딸은 장기 기증해 2명 목숨 구하고 떠나

캐나다의 구조대원 제이미 에릭슨(가운데)이 22일(현지시간) 남편(오른쪽)과 함께 딸을 잃은 심경을 전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캐나다의 여성 구급대원이 교통사고 현장에서 구조한 10대 중상자가 알고 보니 자신의 친딸이었고, 이 소녀는 결국 숨지고 말았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졌다.

2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이 비극적인 사건은 지난 15일 캐나다 앨버타의 고속도로에서 벌어졌다. 구급대원 제이미 에릭슨이 충돌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는 소녀의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심한 상처 탓에 에릭슨은 부상자가 자신의 딸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에릭슨은 거의 30분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한 끝에 소녀를 차량 밖으로 꺼내 캘거리에 있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었다. 그가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경찰관은 그의 딸 몬태나(17)가 사고를 당했다는 비보를 전했다.

사고 당시 몬태나를 포함한 두 명의 10대 소녀는 개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고속도로 노면은 얼어붙어 있었고 이 때문에 몬태나가 탄 차는 통제력을 잃고 다가온 트럭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운전자는 차에서 내릴 수 있었지만 동승자였던 몬태나는 차에 갇히고 말았다. 더 큰 비극은 몬태나는 며칠 간의 사투 끝에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다.

유망한 수영 선수이자 로스쿨 진학을 꿈꿨던 몬태나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고 떠났다. 장기를 기증해 두 사람의 생명을 구한 것이다. 엄마 에릭슨은 자랑스러운 딸의 이야기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세상에 전했다. 그는 "무거운 마음과 상상할 수 없는 깊은 슬픔으로 친구와 가족들에게 내 딸 몬태나의 갑작스럽고 끔찍한 죽음을 알리기 위해 이 글을 쓴다"며 "내가 느끼는 고통은 전에 느껴본 적이 없는 것과 같고,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구급대원으로서 최악의 악몽이 현실이 됐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딸을 "내 살과 피. 내 유일한 아이. 나의 미니미. 내 딸, 몬태나"라고 표현했다. 에릭슨은 힘든 상황에서도 "우리 딸아이가 다른 사람들을 통해 살아가고 있고 이 비극으로 다른 사람들을 구한 것이 너무 행복하다"며 "우리는 딸이 그렇게 하기를 원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딸이 너무 자랑스럽고 아주 많이 그리울 것"이라는 말도 함께 전했다. 마지막으로 에릭슨은 자신의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세요.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붙잡으세요. 추억을 만드세요. 누군가를 사랑하려면, 할 수 있는 한 오래 그리고 강하게 버티세요…. 할 수 없을 때까지요"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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