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헤르손서 철수하며 박물관 소장품 80% 약탈

현지 경찰, 문화·예술품 약탈 수사 착수
헤르손 내 동물원의 동물 빼돌렸다는 주장도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헤르손 철수 과정에서 헤르손 역사박물관 내 비치된 소장품들을 약탈해갔다고 주장했다. 사진=우크라이나 국방부 트위터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서 퇴각하며 박물관과 미술관 소장품의 80%가량을 약탈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22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렉산드르 트카첸코 우크라이나 문화부 장관은 "박물관 소장품의 약 80%가 사라졌다"며 "사라진 소장품은 대부분 박물관에서 보관 중이던 가장 귀중한 것들이었다"고 말했다.

헤르손 역사박물관에서 작품 기획·전시 업무를 담당했다는 아나톨리 그리야즈노프는 "러시아군이 평생을 바쳐 수집한 작품 대부분을 약탈해갔다"며 "내 인생의 20년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스비틀라나 두민스카 헤르손 시의회 의원은 "러시아군이 훔쳐간 작품들은 역사 박물관에서 보관 중이던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인상적인 콜렉션들"이라며 "러시아군이 떠난 후 박물관은 폐허가 됐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역사박물관 인근 미술관에 전시된 주요 미술품들도 약탈해갔다. 17세기의 유명 종교화와 19~20세기의 현대 미술 등 100년 이상된 작품들을 다수 가져갔다.

헤르손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사라진 소장품들은 크름반도 내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이전된 것으로 추측된다. NYT는 우크라이나의 유명 화가 이반 포크히토노프의 작품 등 사라진 소장품들이 크름반도 미술관으로 옮겨지는 모습들이 우크라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포착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경찰은 러시아군의 문화·예술품 약탈이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관련 수사를 착수했다.

이달 중순에는 러시아군이 헤르손 내 동물원에 있던 동물들을 빼돌렸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톤 게라쉬첸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보좌관은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군이 헤르손에서 철군하면서 지역 동물원의 동물까지 훔쳤다"며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러시아군으로 추정되는 병사들이 동물원에서 라마, 너구리 등을 강제로 들어올려 흰색 승합차에 태우는 모습이 담겼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군은 미술관의 그림, 박물관의 유물, 도서관의 고서 등 헤르손의 모든 것을 약탈했다"고 비난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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