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찰, 20대 조현병 환자에게 수십 발 쏴…'과잉진압' 비판 이어져

당시 조현병 환자, 20㎝ 칼을 들고 거리 배회
진압 나선 경찰 5명, 총격 가해…결국 숨져

미국에서 경찰이 조현병 환자에게 수십발을 쏴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해 과잉진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미국 디트로이트 연방법원 앞 경찰 특공대 차량으로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보라 기자]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경찰이 흉기를 든 20대 조현병 환자에게 수십 차례 이상 총을 쏴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일 오전 5시쯤 디트로이트 서부의 한 아파트에 사는 가족으로부터 "조현병을 앓고 있는 가족 구성원 포터 벅스(20)가 칼을 쥐고 놓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벅스에게 30발 이상의 총을 쏴 숨지게 했다.

당시 벅스는 길이 20㎝의 칼을 들고 거리를 서성이고 있었고 경찰은 "우리는 당신을 돕기 위해 왔다. 흉기를 내려두라"면서 그를 설득했다. 하지만 벅스는 경찰의 명령을 거부했고 갑자기 경찰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에 진압에 나선 경찰 5명은 벅스를 향해 3초 동안 38발의 총격을 가했다. 벅스는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그의 몸에선 12개 이상의 총상이 발견됐다고 전해진다.

유족의 변호인은 벅스가 가족들을 공격하지 않았다면서 "버크의 부모는 조현병 증상이 악화된 아들을 보호하고 위험을 막기 위해 경찰에 도움을 청했다가 아들을 잃게 됐다. 경찰이 정신질환을 앓는 시민에게 왜 30차례 이상 총을 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의 형제인 데이먼도 앤더슨은 "그가 정신치료를 다시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우리가 원했던 전부"라고 말하며 과잉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임스 화이트 디트로이트 경찰청장은 4일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관들이 벅스를 쏴 숨지게 했다"며 경찰관들의 대응이 과도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벅스가 '흉기를 버리라'는 경찰 명령에 따르지 않았고 일종의 저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경찰관들이 처음에는 테이저건을 사용했으나, 테이저건에 맞은 벅스가 경찰관들에게 덤비려 하는 바람에 총을 발사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논란이 커지자 디트로이트 경찰은 현장에 투입됐던 경찰관 4명을 행정 휴가 처분하고, 사건 경위를 계속 조사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조현병 진단을 받은 벅스는 2020년에 두 차례 흉기로 사람을 찌른 적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과거에도 정신과 병동에 입원했으나 이틀 만에 탈출했다.

이보라 기자 leebora11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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