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게 없다'…'낙하산' 동서발전 사장의 황당한 자소서

김영문 사장 직무수행서…"아는 게 거의 없고 경험도 전무"
文정부서 지난해 4월 임명…부실 검증, 낙하산 인사 지적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이 관세청장을 역임하던 2019년 10월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의 관세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이 지난해 채용 당시 직무수행계획서에 "업무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고 전력산업 경험도 전무하다"고 기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산업 '문외한'이 연매출 4조8000억원의 발전공기업을 이끌게 된 셈이다.

4일 동서발전이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김 사장은 지난해 초 채용 과정에서 제출한 직무수행계획서에 "동서발전의 업무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면서 "전력산업 분야에 대한 전무한 상태"라고 적었다. 이어 김 사장은 자신의 직무 수행 계획에 대해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의 단편적이고 잘못된 지식에 기반한 엉터리 계획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했다.

김 사장은 동서발전 운영 방침 등을 묻는 항목에서 자신이 전력산업 문외한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김 사장은 "전력산업에 대한 기본 지식도 모자라는 상태에서 구체적 자료 없이 추측과 생각으로 직무수행계획을 작성해 제출한다"면서 “구체적인 실천 방안 및 추진 일정은 정확한 업무 실태를 파악하고 나서야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김 사장은 동서발전이 현재 처한 상황을 묻는 항목에서도 '환경 문제 도전', '4차 산업혁명', '안전인식 제고' 등 원론적 언급만 했다.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이 지난해 채용 과정에서 제출한 직무수행계획서 일부. [사진제공 =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

직무수행계획서는 공공기관 사장 후보가 지원서, 자기소개서와 함께 임용 과정에서 제출하는 서류다. 후보가 직접 공공기관의 주요 문제점을 진단하고 구체적인 업무 계획과 운영 방향을 기술해 공공기관 사장 채용시 핵심 서류로 꼽힌다. 당초 동서발전 임원추천위원회는 사장 후보자 모집 공고에서 응모 자격으로 '전력산업 분야와 관련된 지식과 경험'을 명시했다.

김 사장을 두고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검사 출신인 김 사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 밑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관세청장을 거쳐 총석에서 낙마한 후 지난해 4월 동서발전 사장으로 임명됐다. 김 사장은 문 전 대통령의 경남고등학교 후배이기도 하다.

한편 김 전 사장의 임기는 2024년 4월까지다. 동서발전은 김 사장 채용 당시 평가위원들의 평가서류와 면접심사 관련 자료를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구 의원은 "에너지 공기업은 다른 공공기관보다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업무 능력이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묻지마 낙하산 인사'로 채용 과정의 공정성은 모두 무너지고 정부 눈치보기에 급급한 기관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경제부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