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돈벼락' 맞은 교육청...교부금 넘쳐 작년 못 쓴 예산만 4조

학생수 줄어드는데 교부금 눈덩이
이월·불용액 3조8341억원 추산
50년 된 교부금 제도 개편 시급

위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2022. 5.2. 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경제 세종=권해영 기자, 이현주 기자]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이 지난해 편성된 예산 중 안 쓰고 남긴 돈이 4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됐다.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돈 쓸 곳을 찾지 못한 결과다. 50년 전 만들어진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 국회 교육위원회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시·도 교육청의 2021년 교육비특별회계 예산(추가경정 기준 84조9199억원)에서 올해로 넘어오거나 아예 못 써서 국고로 귀속된 예산은 모두 3조8341억원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집행이 올해로 미뤄진 예산인 이월액이 2조4501억원, 불용액은 1조3840억원이었다. 교육청은 교육교부금을 받으면 일부를 기금으로 적립해 예산을 소진하고 있는데, 이렇게 해도 쓸 곳이 없어 4조원가량을 방치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교육청 예산 이·불용액은 2017년 6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다소 줄었다. 하지만 그동안 적자국채 발행 등 재정 여건이 악화된 상황을 감안하면 여전히 엄청난 규모의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지출과 중앙정부 보조금까지 제외한 순세계잉여금도 1조7721억원으로 전년(1조6902억원)보다 늘었다. 서울시교육청의 지난해 말 순세계잉여금은 4582억원, 경기도교육청은 5703억원에 달해 1년 전보다 1000억원 안팎 늘어났다.

예산이 남아돌면서 전국 시·도 교육청이 은행 정기예금에 6개월 이상에서 1년까지 묶어 둔 돈도 지난해 말 기준 8477억원에 이르렀다. 교육청의 은행 정기예금 예치금은 매년 연간 1조원 안팎에 달한다. 교육청 예산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것은 매년 내국세의 20.79%를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 쓰도록 한 교육교부금 때문이다. 경제 성장으로 세수가 늘고 교부금도 증가하지만, 출산율 저하로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교육청이 돈 쓸 곳을 찾지 못한 결과다.

특히 2020년 국세 중 일부가 지방세로 편입되자 정부는 오히려 교육교부금 편성 비중을 높여 수입을 보전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학생 수는 2013년 657만명에서 올해 532만명으로 10년간 19% 줄었다. 반면 교육교부금은 같은 기간 41조원에서 81조원으로 두 배 늘었다.

정부는 현재 유치원, 초중고에만 쓸 수 있는 교육 교부금을 대학 등 고등교육에 쓸 수 있도록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이 0.75명으로 떨어지는 등 저출산, 고령화로 국가 재정 부담이 확대, 지출 구조조정 필요성이 커지면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국가채무는 1000조원을 돌파해 국내총생산(GDP)의 50%에 달하는 상황에서 내국세의 20% 이상을 교육교부금으로 자동 지급하는 현행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병수 의원은 "남는 교육교부금이 갈수록 늘고 있는데, 정부가 강조하는 국가교육책임 강화를 위해 교육 분야의 오랜 현안인 유보통합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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