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20·30세대 정신건강 '위험'

'우울증·알코올 중독' 20~30대 증가 추세
취업·학업·결혼 등 어려움 원인
전문가 "경기침체로 사회적으로도 취약…경제적 박탈 경험 높아"

청년들의 우울증이 지속해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황으로 취업 문 통과가 쉽지 않고, 치솟는 고물가에 삶이 팍팍해지면서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시아경제 이계화 인턴기자] 젊은층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취업문은 좁아지고, 치솟는 고물가·고금리까지 덮치면서, 일부에서는 희망이 사라졌다는 자조 섞인 푸념도 나오고 있다.

청년층 우울증은 지속해서 증가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7년 68만169명에서 2021년 91만785명으로 4년 새 33.9% 증가했다. 20·30세대 우울증 진료 환자 비율은 같은 기간 45.7% 급증해 우울증 환자 10명 가운데 3~4명이 청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으로 치료받은 20대는 2017년 7만6246명에서 2021년 17만3745명으로 127.9% 늘어났다. 청년층 우울증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이유다.

경기침체가 청년층 우울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대 청년 심리·정서 문제 및 대응 방안 연구'에 따르면 경기침체로 인한 경제적 불안과 취업·실직·결혼 등에 대한 어려움이 20대 청년들의 우울과 불안감을 가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취업문을 통과하지 못했거나, 기업에 합격했어도 불안한 비정규직 신분에서 오는 불안감도 청년들에게는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정규직 취업자 A씨는 "사촌 언니가 임용고시 준비를 했는데 임용을 3~4번 떨어졌다. 2~3차까지 갔다가 떨어지고 반복하다 보니 너무 힘들어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규직 취업자 B씨는 "친한 친구가 공무원 준비를 했었는데 스트레스 때문에 위염에 걸렸다"면서 "밥도 못 먹고 결국 하루 10만 원을 내고 심리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반복적인 음주는 우울한 감정에 빠지기 쉬운 상태가 되면서 알코올 중독으로 발전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픽사베이]

또 다른 문제는 이런 우울감을 중독성이 강한 술에 의지해서 해결하려고 하는 일부 청년들이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에 따르면 2021년(1~9월) 20·30세대 입원 환자는 103명, 2022년 같은 기간엔 153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였던 2020년에는 20·30대 입원 환자가 187명에 달했다. 또 지난 2019년부터 올해 9월까지 4년가량 이 병원에 입원한 알코올 중독자 3906명 가운데 15.2%(594명)가 20·30세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는 청년층 우울증·알코올 중독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층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일상의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불안 심리 경험이 많다"며 "경기침체로 사회적으로도 취약해 경제적 박탈 경험도 높다"고 설명했다.

또한 "거리두기 완화로 과도한 모임과 관계는 오히려 스트레스로 우울감을 불러올 수 있다"며 "정기적이고 적당한 관계에서 우울 증상 유병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30세대는 미래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세대이기 때문에 공적인 차원에서 사회적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계화 인턴기자 withk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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