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가뭄 현실화…하반기 상장사 절반 이상 눈높이 하향

하반기 상장사 60% 넘게 영업이익 하향 조정
게임株 급여인상·인력충원 등 비용 부담 커져
"실적 둔화기, 이익모멘텀 큰 기업 주가 프리미엄 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민지 기자]하반기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가뭄이 현실화되고 있다. 주요 상장사의 절반 이상이 올해 초 대비 실적 추정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3분기 실적 추정치가 있는 코스피 상장사 86곳 중 60%에 해당하는 52곳이 올해 초 대비 예상 영업이익이 하향 조정됐다. 원자재 값 상승으로 매출 원가율이 높아졌고 수요 감소로 재고 부담이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의 이익 체력이 낮아진 탓이다. 4분기에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추정치가 집계된 상장사 76곳 중 63%(48곳)의 영업이익은 연초 대비 크게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됐다.

업종별로 보면 하반기엔 2차전지 소재, 게임 기업들의 실적 보릿고개가 극심할 전망이다. 2차전지 소재업체인 솔루스첨단소재는 3분기 연초 전망치와 가장 큰 괴리율을 보인 곳이다. 증권가는 연초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로 240억원을 제시했지만, 현재는 이익을 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97% 낮아진 4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기둔화로 유럽 시장서 전기차 수요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실적 감소세가 예상보다 길어진 것이다

대형 게임사인 펄어비스, 넷마블, 크래프톤, 엔씨소프트의 전망치도 크게 떨어졌다. 신작 출시 모멘텀에도 불구하고 모두 올해 1월 대비 3분기 이익은 97%, 78%, 59%, 56% 줄었다. 4분기 영업이익도 각각 올 초 추정 수준 대비 93%, 64%, 60%, 65% 내렸다. 대형사 위주로 급여 인상과 블록체인 사업을 위한 인력 충원이 비용부담이 늘면서 이익 성장을 위한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넷마블은 전년대비 인건비가 1315억원 늘었고, 크래프톤, 엔씨소프트도 796억원, 477억원 증가했다. 이는 게임 일매출액이 각각 3억6000만원, 2억20000만원, 1억3000만원 줄어들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소중 SK증권 연구원은 “마케팅비와 수수료를 고려했을 때 평균적으로 일매출 7억원 수준의 신작이 출시돼야 이익 증가세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성과 기대감이 큰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크래프톤의 프로젝트M 모두 내년이나 돼야 출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시장 전체적으로 실적 둔화가 예상되는 시기에 이익모멘텀이 긍정적인 기업들의 주가가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상반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거나 최근 실적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는 기업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수익률에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정유 업종과 운송 관련 기업들은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유업 중에선 S-Oil과 SK이노베이션이 하반기 내내 예상보다 높은 실적을 낼 것으로 분석됐다. S-Oil은 3분기 8797억원의 이익을 기록해 연초 예상수준 대비 44%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고, 4분기엔 7999억원으로 48% 상승할 것으로 추산됐다. 단기 수요 부진 우려로 유가 하락이 나타나면서 상반기 대시 상승폭은 작아질 수 있지만, 여전히 공급이 빠듯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실적 상승을 끌어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운송 업종 중에선 대한항공의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 대한항공은 3분기 5577억원의 이익을 기록해 연초 추정수준 대비 153% 늘 것으로 예상되고, 4분기엔 4442억원(44%)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출입국 규제 완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어 하반기 여객관련 매출은 예상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어닝 서프라이즈가 기대된다고 하더라도 피크아웃에 대한 경계감은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HMM과 팬오션의 경우 3분기 연초 대비 41%, 32%가량 이익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운임이 하락하고 있어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하이컨테이너해운운임지수(SCFI)와 건화물선운임지수(BDI) 운임 시황이 경기 침체 우려로 조정을 받고 있다”며 “이들 지수는 하반기 들어 각각 25%, 50% 넘게 급락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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