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층 굴착된 구산동 지석묘, 발굴조사 불가피할 듯

상석 주변부 일부 유실, 저수조·관로 부지 대부분 파괴
정확한 형질 변경 범위 파악하려면 발굴조사 필요해

김해 구산동 지석묘는 2006년 택지지구개발사업을 진행하다 발견한 유적이다. 묘역의 부석시설(敷石施設)과 거대한 개석(蓋石)이 확인됐다. 흙을 5m 정도 덮어 지하에 보존한다. 학계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고인돌로 판단한다. 묘역 시설 크기는 1615㎡. 덮개돌인 상석(上石) 무게는 350t에 달한다.

사적 지정을 추진해온 김해시는 문화재 전문 보수업체를 시공사로 선정하고 2020년 12월 정비 사업에 착수했다. 그런데 오히려 문화재 가치가 곤두박질치는 대형 사고가 벌어졌다. 정비 과정에서 상석 주변부 문화층(특정 시대 문화 양상을 알려주는 지층) 일부가 유실됐다. 정비사업부지 내 저수조, 관로, 경계벽을 설치·매설한 부지도 굴착 등으로 문화층 대부분이 파괴됐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가 지난 11일 구산동 지석묘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형질(사물의 생긴 모양과 성질) 변경은 묘역 전역에서 확인됐다. 땅을 평평하게 만들려고 파내는 '절토'나 지반 위에 흙을 돋우어 쌓는 '성토' 등의 행위가 있었다는 뜻이다. 연구소 측은 "적게는 20㎝ 안팎, 심하게는 문화층 상당 부분이 굴착 과정에서 파괴됐다"며 "상석을 기준으로 남쪽 20m 지점까지는 문화층이 잔존하나 그 이남은 유실된 상태"라고 전했다.

실제로 저수조 동쪽 벽 부분은 땅이 깊게 파여 있다. 곳곳에 공사 장비도 널려 있다. 저수조 남쪽과 경계벽 부분도 다르지 않다. 연구소 측은 "묘역과 하부 문화층을 굴착하고 파괴한 뒤 저수조와 관로를 설치했다고 파악된다"며 "상석 주변 또한 남쪽 문화층 등의 높이가 약 30㎝ 달라져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확한 형질 변경 범위와 문화층 잔존 구역을 파악하려면 발굴조사가 불가피하다. 연구소 측은 "복원 정비 구역에 포함된 묘역과 연접 지역(서로 이어져 맞닿은 지역)에 대한 조사가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조만간 경남도, 김해시 관계자들을 만나 대책을 세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정확한 양상을 조사하고 훼손된 범위를 어떻게 정비할지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지난 18일 홍태용 김해시장을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김해중부경찰서에 고발했다. 홍 시장은 고인돌을 훼손한 유적 정비 사업의 시행 주체다. 다만 정비 사업은 전임 허성곤 시장 때 추진된 일이다. 홍 시장은 지난 7월 1일에 취임해 직접적 관련이 없다. 하지만 지난 1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화재 정비 절차에 관심을 덜 가졌고, 무지했다"라며 사과했다. 경찰은 관련 사진·문서 등을 추가로 받고 고발장 내용을 검토한 뒤 정비 사업을 담당한 김해시청 전·현직 직원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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