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대 절도범들은 왜 현대·기아차만 노렸을까

美 판매 일부 현기차 '이모빌라이저' 없어
상대적으로 보안 취약…절도범 타깃 돼
현대차 "새 보안키트 개발해 판매 예정"

미국에서 현대, 기아차를 표적으로 한 절도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 사진=송현도 아시아경제 인턴기자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미국에서 현대·기아차를 노리는 절도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일명 '기아 보이즈(Kia boys)'라 불리는 10대 비행 청소년들이다. 이들은 차량을 훔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 등에 사진과 영상을 올리는가 하면, 차량을 절도하는 '팁'을 공유하기도 한다. 특히 현대·기아차만 주타깃이 된 건 취약한 보안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현대·기아차 중 일부에 '엔진 이모빌라이저' 장치가 없어 쉽게 훔칠 수 있다는 것이다.

18일 미국의 경제 전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미국 내 다수 지역에서 현대·기아 승용차 도난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특히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는 신고가 들어온 도난 차량 가운데 66%가 현대·기아차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 매체들은 일부 현대·기아차 구(舊)모델의 '취약한 보안'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현대·기아차량 중에는 '엔진 이모빌라이저'라는 보안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엔진 이모빌라이저는 도난 방지용 시동 제어장치다. 자동차 키를 꽂는 곳에 특정 암호를 저장한 칩을 내장하는 방식이다. 차주가 이 암호와 같은 번호를 가진 자동차 키를 꽂아야 잠금장치가 해제되고 자동차에 시동이 걸린다.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차량은 USB 등 단순한 장치 만으로 시동을 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USB로 차량을 절도하고 있는 기아 보이즈 영상 / 사진=트위터 캡처

유럽연합(EU), 캐나다 등은 차량 내 이모빌라이저 장착을 법으로 의무화했으며, 국내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스마트키·버튼 시동 시스템 또한 이모빌라이저 기능을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선택 사항이다.

현대는 지난해 11월 이후 생산된 모든 판매 차량에 자체적으로 이모빌라이저를 표준 탑재하기로 했다. 즉 기아 보이즈의 표적이 되는 차량들은 지난해 이전 생산된 구모델 중 이모빌라이저 옵션을 택하지 않은 승용차인 것이다.

이에 미국 현대·기아차 차주들은 회사 측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위스콘신을 포함한 7개 주 법원에서는 최근 '설계 결함으로 차량이 도난당했다'며 현대차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이 잇따라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현대와 기아 미국 법인은 보안 키트를 추가로 개발해 고객들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지난 5일 낸 성명에서 "우리가 제조한 차량은 모든 미국 안전 기준에 부합하거나 초과한다"면서도 "차량 절도 방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새 보안키트를 10월 1일부터 판매하겠다"고 설명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송현도 인턴기자 doso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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