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영상] “발달장애인 방치하는 사회도 예비 살인마”… 장애인 단체, 삼각지역에 분향소 설치

[아시아경제 윤진근 PD] “엄마가 여섯 살 난 애를 끌어안고 떨어져 죽었다고요!”, “여러분들도 이 죽음을 추모하셔야 합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부모연대)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서울교통공사 직원과의 충돌 끝에 발달장애인 및 보호자를 기리기 위한 분향소를 설치했다.

27일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 발달장애인 및 보호자를 기리기 위한 분향소가 설치됐다.사진=윤진근 PD yoon@

부모연대는 이날 오후 1시경부터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인근인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 최근 잇달아 숨진 발달장애인과 보호자를 기리기 위한 분향소 설치를 시도했다.

이달 23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는 발달장애 치료를 받는 6세 아들과 40대 엄마가 함께 자택에서 투신했다. 같은 날 인천에서도 60대 여성이 30여 년간 돌봐온 중증 장애인 딸을 살해하고 본인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딸만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에 부모연대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들을 기리기 위한 분향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지하철을 운영·관리하는 서울교통공사(공사) 측은 승객들의 안전 문제를 이유로 분향소 설치를 불허했다.

공사는 이날 부모연대 측에 직무집행을 방해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수차례 고지했다. 이날 공사 소속 직원들은 분향소를 설치하려는 부모연대 활동가들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부모연대 측 회원들이 항의하면서 양측이 수차례 거세게 충돌했다.

27일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서울교통공사 직원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소속 집회 참가자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사진=윤진근 PD yoon@

그 과정에서 부모연대 측은 서로 팔을 건 채 플랫폼 바닥에 누워 공사 직원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부모연대 참가자 중 한 명은 과호흡 증세를 호소해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에 의해 의료기관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김종옥(60)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이사는 “삼각지역 이 좁은 통로에 이 작은 분향소 하나 차려 놓고 (고인이 된 발달장애인 부모에) 그동안 애 썼으나, 차마 하지 못할 일을 했구나, 이 얘기를 전하려고 여기 왔다”라면서 “1m밖에 안 되는 이 작은 분향소, 단지 1주일(설치)하겠다는데 우리를 막습니까”라고 항의했다.

서울교통공사 지하철보안관들이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참가자들의 진입을 몸으로 막고 있다. 사진=윤진근PD yoon@

이후 부모연대는 오후 1시45분께 분향소를 설치했다. 김 이사는 “전국에 있는 발달장애인 25만 명과 그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과 고통을 줄이려 (정부에) 초등학교부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정책 제안을 한다”라면서 “단 한 번도 정부에서 먼저 나서서 (해결 시도를)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발달장애인 가족)가 요구하는 것은 우리가 가장 알고 있으니 이 고통을 하루빨리 덜 수 있게 책임 있는 테이블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부모연대는 오후 3시께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자택 앞에도 임시 분향소를 설치했으며, 오후 5시30분께는 350여 명이 한티역에서 강남역 방향으로 추모 행진을 했다.

한편 단체는 이날 오후 삼각지역장과 면담한 끝에 계획대로 1주일간 분향소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이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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