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심신미약②] 법조계 ''만취 블랙아웃' 감경 어려워…감정절차 제한적'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김대현 기자] 우리나라 형사법은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음주만취, 약물중독, 정신질환 등 심신장애의 원인은 다양하다. 폭행·상해와 사기 등 형법 뿐 아니라 성폭력처벌법과 도로교통법 위반 등 다양한 혐의를 다투는 재판에서 심신미약 주장이 제기되곤 한다. 각 재판부마다 구체적인 판단이 엇갈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음주'를 이유로 한 심신미약 주장 만큼은 더이상 법정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우선 형법 제10조 3항은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일부러 심신장애를 일으킨 경우 심신미약 시 감경할 수 있도록 한 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각 판례에서도 피고인이 음주운전을 하려고 술을 잔뜩 마신 뒤 교통사고를 일으켰다면, 위험성을 예측하고도 고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것이므로 심신장애 감경 등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범행 당시 '블랙아웃 현상'을 겪은 경우도 있다. 의식이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행동한 부분을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대법원이 2020년 성균관대 용역으로 진행한 '형사재판에서 블랙아웃 현상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단순히 (음주에 따른) 블랙아웃으로 판정된 행위자에 대해 '의사결정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분석했다.

결국 재량권을 가진 재판부의 해석과 이를 위한 검사·변호인의 충분한 증거 제출이 보다 중요해졌다. 현재 심신미약과 관련된 외부 감정절차가 마련돼 있지만, 재판 실무에선 활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책임을 외부 전문가에게 떠넘기기보다 검사와 피고인 측이 낸 입증 자료를 토대로 대부분의 판단이 이뤄진다.

김미리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세밀한 판단을 위해 '감정절차'를 거쳐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재판부가 감경 필요성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실무에서 자주 사용되기에 제한적인 부분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도 "평소 갖고 있던 정신질환에 대한 정신감정이 아닌 경우 범행 이후 시간이 지나 당시 술이나 약물 복용 상태 등을 감정하긴 어렵다"며 "결국 재판부 판단이 중요한 이유"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CCTV 영상 등 자료들이 수사기관 혹은 피고인 측 양쪽에서 많이 제출되면 심리가 수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형벌을 감경할 필요가 있을 정도의 심신미약 인지'에 관해 재판 실무에서 보다 세밀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피고인이 고의 내지 과실로 자초한 범행은 아닌지, 과거에도 술을 마시고 음주운전을 한 전력이 있는지, 결과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지, 범죄로 인한 피해가 큰지 등을 위주로 살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문호남 기자 munonam@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김대현 기자 kd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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