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구]한미반도체, 장비업종 대표선수… 세계 경쟁력 톱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관련 업계에 바람이 일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경제적 중요성과 공급망 안보 등을 고려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반도체 초격차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기업의 어려움을 정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인수위가 언급한 중점 과제는 인력난 해소,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 위한 파운드리 투자와 우수 팹리스 기업 성장 촉진, 공장 신·증설 규제 해소와 연구개발(R&D) 인센티브 강화, 첨단기술 보호 등이다. 이에 아시아경제는 수혜가 예상되는 반도체 장비 제조 기업 중 한미반도체와 테스를 분석했다.

[아시아경제 박형수 기자] 반도체 장비 개발업체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2억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2010년 수출 1억달러를 돌파한 지 11년 만에 수출 규모가 2배로 늘었다. 지난해 미국과 중국이 무역 분쟁을 이어가고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경기가 위축된 것을 고려하면 한미반도체 성과가 적지 않다. 최근 10년 동안 한미반도체 전체 매출액 가운데 수출 비중이 평균 77%를 웃돌았다. 지난해 한미반도체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액 3732억원, 영업이익 122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45%, 8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08% 늘어난 1044억원을 기록했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은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투자와 반도체 외주 패키지 업체(OSAT)의 증설을 예상하고 먼저 투자한 결과"라고 말했다.

1980년 설립한 한미반도체는 자체 기술을 적용해 설계, 제작, 조립, 검사와 시험까지 수직계열화 방식 일괄 생산설비를 구축했다. 반도체 산업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며 해외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에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반도체 후공정 장비 생산 전문업체로 주력 장비인 비전 플레이스먼트 장비는 반도체 패키지의 절단(Sawing), 세척, 건조, 3D 비전검사, 선별, 적재기능을 수행하는 패키징 공정 필수장비다.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반도체 패키지 절단 모듈인 마이크로 ‘쏘(SAW)’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한미반도체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반도체 패키지용 듀얼척 마이크로 쏘 장비를 개발했다. 초정밀 절단 장비 모듈은 비전 플레이스먼트 패키지의 핵심 부문으로 일본의 디스코사가 전 세계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디스코사의 다이싱 쏘 장비는 비전 플레이스먼트 가격의 30~40%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모듈이다. 한미반도체가 내재화에 성공하면서 원가를 절감했고 고객사 주문에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고객사가 기존 디스코사 장비를 탑재한 비전 플레이스먼트를 받으려면 7~8개월이 걸리지만 한미반도체 마이크로 쏘를 적용한 비전 플레이스먼트 장비는 3~4개월 만에 받을 수 있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해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웨이퍼와 웨이퍼를 연결해 3D 구조의 반도체 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광대역폭 메모리 반도체(HBM)를 생산하는 데 꼭 필요한 열 압착 본딩 장비인 ‘TSV TC 본더’와 전자기파 차폐(EMI 실드) 장비도 한미반도체의 효자 제품으로 꼽힌다. 한미반도체는 2017년 SK하이닉스사와 공동으로 TSV TC 본더를 개발했다. 기존 와이어 본딩 방식에서 플립칩 방식으로 반도체칩을 본딩하는 플립 칩 본더를 출시했다. 본더 장비 매출 비중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플립칩 본딩은 리드프레임 이후 나타나는 패키징 본딩 방식으로 성장률이 높은 IC 패키징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EMI 실드는 전자파 간섭으로 인한 기기 간 교란 우려와 인체 유해성 이슈 등으로 인해 전자파 차단을 위해 등장했다. 전방시장은 웨어러블 기기와 무선이어폰 등 사물인터넷(IoT) 관련 소형 IT 기기다. 전자기기의 경박단소화와 5G 고주파 환경의 등장, IoT 시대 속 다양한 사물간 통신에 따른 전자파 및 노이즈 차단 필요성이 커지면서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실적이 좋아지는 가운데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친화 정책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8일 제42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주식을 분할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액면가 200원짜리 주식을 100원으로 쪼갠다. 유통 주식 수를 늘려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아울러 보통주 1주당 600원씩 현금 배당하기로 했다. 배당금 총액은 297억원으로 전년 197억원 대비 50% 늘렸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한미반도체가 매출액 4291억원, 영업이익 1433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보다 각각 15%, 17% 증가한 규모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고객사가 반도체 후공정 서비스 고객사 위주에서 반도체 패키지 기판 고객사로 다양해질 것"이라며 "EMI 실드와 본딩 장비 매출 기여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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