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면담내용 공개한 광주과학관 ‘인권의식 부재’ 논란

비정규직 29명 사생활 등 ‘개인 면담일지’까지 내부 전산망에 공개

발생 6일 지나서야 관장 직무대리 공개 사과…늑장 대응도 도마위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박진형 기자] "다른 부서가 협조를 안 해준다고 고충을 털어놨는데 전 직원이 알아버렸어요. 비정규직이라 강하게 말도 못하고 어떡하죠…."

국립광주과학관 비정규직 직원들의 면담 일지가 전부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업무적 고충 등 민감한 내용도 포함돼 있어 관리자의 인권 의식 부재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광주과학관은 지난 2월 22일부터 3월 24일까지 업무적인 애로 사항을 청취하고자 과학문화전시본부 고객 서비스팀의 과학해설사(29명)를 대상으로 개별 면담을 진행했다.

호남권 최초 어린이 전용 과학관인 '과학놀이관' 정식 개관 등을 앞두고 늘어난 업무량에 따른 고민을 듣고 '효율적인 전시장 운영 기본계획안'을 세우기 위한 취지였다.

해설사들은 좋은 취지에 공감하며 면담에 임했지만 약 한 달 뒤인 지난 1일 어안이 벙벙해졌다.

자신이 면담자에게 털어놓은 세밀한 내용의 '개인 면담일지'까지 내부 전산망에 그대로 게시되면서다. 심지어 실명까지 거론됐다.

한 관계자는 "민감할 수 있는 고충 내용 등이 적시된 면담일지 자체를 실명 공개했다"며 "유사 공공기관, 심지어 민간기업에서도 이같이 무책임한 조직 운영 사례는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인 탓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철저히 조사해서 책임 규명이 명확해지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이런 사태가 발생했지만 최종 책임자의 늑장대응도 도마위에 올랐다. 전모 과학관장 직무대리가 사건 발생 엿새 만에 사태진화에 나선 것이다.

전 직무대리는 사건 초기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다가 노조가 항의하는 등 일이 커지자 직원 간담회를 열어 공개 사과를 했고, 해당 팀 조회시간에도 참석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득했다.

광주과학관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징계위원회 개최 여부는 현재 직무대리 체제라는 이유로 정식 관장이 취임하면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광주과학관 관계자는 "관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인사권을 행사하는 게 부담스럽다"며 "우선 철저히 조사해 갈등을 매듭짓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호남취재본부 박진형 기자 bless4ya@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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