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인플레이션 공포? 증시 '옥석' 골라 담는 기회

서준식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투자자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국내외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동시에 약세를 보이는 전형적인 통화정책 전환시기의 시장 모습이다. 언론에서는 연일 미국 상황을 ‘40년만에 최고 물가상승률’로 표현하는 등 인플레이션 공포를 화두로 삼고 있다. 이래서는 인플레이션도 금리인상도 오랜 기간 지속될 것만 같은 심상찮은 분위기다.

하지만 지금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 이미 20세기 초 2차 산업혁명이 진행된 이후 자본주의 사회가 대량 생산 시대에 접어들면서 과거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이 생각해왔던 인플레이션 개념은 탁상공론이 됐다. 시중에 풀린 돈이 많아도 상품의 공급보다 소비가 많아져 가격이 크게 상승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과학의 발달로 보다 싸게, 보다 많이 공급되는 새로운 상품들을 소비할 충분한 돈이 없을까 걱정해야 할 판국이다. 상품의 생산과 소비시장, 즉 실물경제에 흘러 들어간 돈이 크게 인플레이션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유다. 오히려 실물경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은 소득과 연결되는 좋은 것이므로 크게 걱정할 이유도 없다.

베네수엘라나 브라질 등 많은 상품들을 달러를 주고 수입해야 하는 후진 국가들의 인플레이션은 환가치의 큰 하락에 기인한다. TV를 생산하지 못하는 나라의 환가치가 반으로 떨어지면 그 나라의 수입 TV 가격은 2배가 되는 식이다. 우리나라처럼 상품 생산능력이 충분한 선진국가들의 경우 환가치의 큰 하락이 어렵기에 이런 종류의 인플레이션도 어렵다. 최근 일부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공급망 교란은 장기적이기 보다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마스크나 요소수의 사례를 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현 시대, 선진국가에서의 통화확대로 물가가 크게 상승하는 경로는 대략 한 가지라고 본다. 확대된 통화가 모두 실물경제로 가지 못한 채 부동산이나 원자재 같은 한정된 자원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가격이 상승하는 한편, 그 가격 상승이 다른 대부분의 상품의 원가에 전가되는 경우이다. 예컨대 부동산과 원자재 가격이 50% 정도 오르면 상품들로 전가된 물가지수가 5~10% 오르는 식이다. 현재 나타나는 물가지수 상승이 여기에 속한다. 이 말은 곧 현재 부동산과 원자재의 가격이 추가적으로 상승하지 않는다면 미래의 물가지표는 안정될 것이라는 셈과 통한다. 금리인상 등 통화정책의 전환으로 향후엔 더 이상 부동산이나 원자재 가격의 큰 상승이 어렵다고 보기에 내년 정도부터는 크게 인플레이션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다는 논리다.

작년 5월과 8월, 필자는 본지에서 ‘美 금리 인상기,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제대로 이해하고 대응해야’라는 제목의 시론을 서술했다. 국민 소득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는 미래 큰 불황의 원인이 될 수 있기에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며, 이에 대비해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는 요지였다. 당시 필자가 가졌던 가장 큰 우려는 오히려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을 계속 미뤄 투기적 자산들의 거품을 더 크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제 그 우려는 하지 않고 있다.

다우산업지수보다 나스닥지수가 더 많이 하락했다. 통화정책이 전환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가상화폐나 빅테크 주식처럼 과거에 강력한 통화량의 힘으로 가격이 급등했던 자산일수록 낙폭이 큰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이 아닐까. 그동안 만들어졌던 거품도 어느 정도는 걷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현재의 통화정책은 향후 경제와 주식시장에 좋은 약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적이나 가치는 여전히 좋은데도 이번 조정장에 덩달아 하락하고 있는 옥석들을 잘 고를 기회다.

서준식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