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에서 발견된 파리·딱정벌레…'법곤충'으로 사망시점 찾는다

부패 단계별 발생 곤충 분석
경찰, 분석기법 R&D 착수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어느 깊은 산 속에서 부패가 상당부분 진행된 사체가 발견됐다. 주변에 CCTV도 없고 육안으로는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 옷가지에서 신분증도 발견되지 않았다. 사망자가 누구인지, 언제 사망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다. 별다른 증거가 없어 수사에 난항이 예상될 때 시신에 침습한 파리와 딱정벌레가 눈에 들어온다. 이 곤충들을 분석하면 시신의 사망 시점이 언제인지 파악할 수 있다. 곤충이 사망사건 수사의 단초가 되는 것이다.

경찰이 시신의 부패단계별로 발생하는 곤충을 분석하는 ‘법곤충’ 연구개발(R&D)에 착수했다.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내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 총 66억원을 투입해 ‘법곤충 감정기법 데이터 구축’이라는 연구를 진행한다. 경찰은 이번 연구를 통해 시식성 파리 및 딱정벌레 주요 종의 성장 속도와 전국의 시식성 곤충의 생태 특성을 연구할 계획이다. 단순히 법곤충의 생태만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 결과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법곤충의 발달단계별 전사체(발현된 RNA 총합) 분석과 번데기 나이 추정을 위한 유전자 발현 키트도 개발한다.

경찰은 앞서 2016~2020년 고려대 주관으로 ‘법곤충 활용 사후 경과시간 추정기법 개발’ 선행 연구를 진행했다. 국내 지역·환경별 시체 섭식 곤충의 동정과 DNA 프로파일을 분석, 시신에서 발생하는 파리 3종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그러나 예산 부족 등 이유로 추가 연구가 진행되지 못했다. 다만 파리 30종, 딱정벌레 24종이 시신에서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나머지 파리 27종과 딱정벌레의 특성 분석과 함께 또 다른 법곤충을 찾아낼 계획이다. 특히 시신의 사후 경과시간 추정은 물론 독극물 이용 여부 등 사망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법곤충 분야는 미개척 분야로 국내 연구가 활성화되지 않아 관련 정보가 부족하나 과학수사 현장에서는 연구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며 "연구가 완료되면 다양한 환경에서 발견되는 변사체의 사후 경과시간 추정 등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청의 내년도 치안 R&D 예산은 총 592억원으로 올해보다 100억원 늘어났다. 신규 사업으로 ▲사물인터넷·인공지능 기반 경찰 인적자원 항상성 관리 플랫폼 개발 ▲휴대전화 부정이용 방지 기술개발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을 위한 운전적합성 평가 ▲위해성 경찰장비 도입을 위한 표준·인증 체계 구축 등을 추진한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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