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경영] 마스크를 발명한 중국 의사

1910년, 세계 최초의 의료용 마스크를 개발한 중국 의사인 우롄더 박사의 모습.[이미지출처= 미국 의회도서관 홈페이지]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의 생필품으로 떠오른 의료용 마스크는 보통 유럽이나 미국에서 발명된 것으로 생각되지만, 처음 발명한 사람은 우롄더(吳連德)라는 중국 의사였다. 그는 1910년 중국 만주에서 발병한 세계 최초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인 만주 페스트를 종식시키는 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으며, 현대 중국에서 의학 영웅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만주 페스트는 주로 사냥꾼들이 설치류인 마멋과 같은 동물들을 잡다가 전염돼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만주 전역은 러시아 주도로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만주 지역 구간을 건설하며 수많은 건설노동자들이 밀집해 있었다. 방역이란 개념조차 없었던 시대라 페스트는 순식간에 번졌고, 병을 피해 건설노동자들이 고향으로 대거 돌아가면서 전 중국으로 확산됐다.

곧 중국 내에서만 2주일도 채 안 돼 10만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자, 러시아와 일본 정부는 당시 청나라 정부에 방역권 행사를 검토하겠다고 압박했다. 방역권은 당시 해외에 주재하는 자국민의 보건 및 안전을 위해 해당국에 의료자원 및 군대를 파견할 권리를 의미한다. 실제로는 방역권을 핑계로 만주 지역을 러시아와 일본이 군사적으로 분할 점령하겠다는 협박이나 마찬가지였다.

청나라 정부가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에서 당시 집권자인 위안스카이는 해외에 나간 중국계 감염병 전문가들의 명단을 모두 모은 뒤, 가장 우수한 인재로 알려져 있던 우롄더 박사를 초빙했다.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했으며 어렸을 때부터 영국에서 오래 살아 중국어조차 서툰 인물이었다. 위안스카이는 그에게 전권을 주고 페스트 해결을 요청했다.

우롄더 박사는 먼저 해당 팬데믹은 중국 일국의 힘으로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모든 자료를 국제사회에 공개하고, 페스트 환자를 해부해 알아낸 자료 역시 국제 의료계와 곧바로 공유했다. 그는 페스트가 공기 흡입을 통해 전염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발견했고, 공기 전염을 막기 위해 현대적인 형태의 의료용 마스크와 방역복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그가 개발한 의료용 마스크는 8년 뒤, 전 세계를 뒤덮은 스페인 독감 당시 세계를 구하게 된다. 그가 국제공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세운 국제 만주페스트연구회는 훗날 세계보건기구(WHO) 창립의 기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이 현재 코로나19 상황에서 보여주는 행태는 100년 전 청나라 때보다도 훨씬 뒤떨어져 있다. 코로나19 변이 이름조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성을 피하기 위해 WHO를 압박해 오미크론으로 결정했다는 의혹은 중국 정부의 폐쇄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제사회와의 공조와 정보 공유를 우선시하던 우롄더 박사가 본다면 통탄할 노릇인 셈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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