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보수와 진보는 상호보완의 정치공간

대선을 앞두고 여야 혹은 당내 경쟁 주자끼리의 대결이 극심하다. ‘아름다운 패자’는 이미 추억의 단어일 뿐이고, 서로를 민주 정치의 상대방으로 생각하지 않고 정치를 하고 있다. 큰 틀에서 보수와 진보를 경계로 서로를 궤멸시켜버리려는 몰상대적·비민주적 정치 형태가 횡행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 후반부터 시작하여 2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정치권의 사투가 언제까지 가려는지 참으로 걱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할퀴는 진보와 보수가 시너지 효과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희망을 가져야 한다. 보수와 진보는 정치 승수 효과의 최고 파트너이고, 한 가정에서 엄마와 아빠 역할을 하는 것으로 봐도 된다.

진보와 보수는 우선적으로 보편적인 가치관과 행동 양식에서 구분된다. 보수적인 행동 양식은 현실적인 것에서 합리적 가치를 찾는 데서 시작하고, 진보는 합리적인 기준에서 현실화할 것을 찾는 속성을 갖는다. 이러한 보수·진보 간 사고와 행동 양식의 차이는 서로 다른 특성을 보여주는 것으로써, 상호 공존과 보완이 될 때 소위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보수와 진보가 정치 현실적으로 또는 이념적으로 상호 경쟁할 때 좌와 우로 뚜렷하게 대비될 때가 있다. 그러나 정치·사회·경제에서의 좌와 우 개념은 명확하게 구별되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또는 지역에 따라 정반대로 표현되기도 한다. 한국과 유럽에서의 좌와 우가 중국과 러시아에서의 그것과는 서로 다를 때가 왕왕 있다. 소련이 러시아로 바뀌면서 좌파는 맑스-레닌이즘을 버리고 서구적 민주주의나 민족주의로 가는 것이었고, 보수적 우파는 소련 공산 체제를 유지하는 입장으로 분리되었다.

좌와 우의 개념은 시공을 초월한 불변의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가변적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에 좌·우의 입장은 언제든지 서로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보수와 진보 정치 세력은 적대적이고 파괴적 경쟁 관계에 설 필요가 없다. 환자의 환부에 따라 외과·내과 전문의로 나눠지듯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치유와 발전을 위해 진보·보수가 각각 달리 필요하고 동시에 둘 다 필요할 때도 있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 싸우고만 있는 한국 정치 전쟁은 힘들고 지친 한국과 모든 국민을 방치한다.

이번 대선 이후 또 한번의 정계 개편은 불가피하다. 이왕이면 촛불혁명 이후 잘못된 보수·진보, 좌·우의 극단적인 대결구도를 청산·백지화한다는 의미에서 제대로 된 보수와 진보의 정치 경쟁 체제로 진화되었으면 좋겠다. 보수와 진보의 시너지 효과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토론과 타협으로 양자 대결 구도를 극복하는 데 있다. 이 때 비로소 "싸우는 정치", "편가르기 정치"를 종식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한 가정에서 엄마와 아빠의 역할이 모두 필요하듯 한국 정치에서 보수와 진보, 좌·우의 역할도 그렇다. 엄마나 아빠의 역할이 없어질 때 ‘결손가정’이 된다. 보수와 진보의 균형이 무너질 때 한국 정치는 다시 ‘불량정치’가 될 수밖에 없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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