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2000원, 새우깡 1500원…프리미엄 겨냥하는 식품업계

비비고 꼬리곰탕 8180원 출시
햇반솥반 3배 가격에도 인기
"가격 위주서 건강한 재료 위주"
소비자 구매 기준 바뀌고 있어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라면, 즉석밥 등 기존 제품 가격의 3~4배에 달하는 고가 프리미엄 신제품들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급등한 장바구니 물가에 기존 제품 가격을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보니 식품업계가 프리미엄 시장 확대를 겨냥하고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그릇에 8천원, 비싼 값 한다

19일 CJ제일제당은 비비고 국물요리 프리미엄 신제품인 ‘비비고 도가니곰탕’과 ‘비비고 꼬리곰탕’을 출시했다. 두 제품의 가격은 각각 8180원으로 ‘비비고 한우사골곰탕’보다 약 3.8배, ‘비비고 진국설렁탕’보다 약 1.4배 비싸다. 비싼 만큼 재료와 맛에서 차별화했다.

소비자들도 집에서 먹는 한 끼에 프리미엄 제품을 먼저 선택하고 있다. 차돌된장찌개, 갈비탕, 차돌육개장 등 CJ제일제당의 프리미엄 제품 매출 비중은 올해 9월 비비고 국물요리 전체의 30%를 넘어섰다. 2019년과 비교하면 2년 새 2배 이상 높아졌다.

햇반 시장도 비슷하다. 기존 햇반이 한 끼를 떼우기 위한 공깃밥에 머무른 반면 CJ제일제당의 ‘햇반솥반’은 요리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제품 대비 약 3배 비싸게 판매되고 있지만 출시 3개월 만에 180만개가 팔릴 정도로 인기다.

과자, 맥주도 고급화 바람

농심은 새우깡의 프리미엄 버전 ‘새우깡 블랙’을 출시했다. 기존 새우깡(1000원)보다 50% 비싼 1500원대로 새우함유량을 기존 제품보다 2배 높이고 트러플 오일로 맛을 냈다. 제주맥주는 이달 초 미국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과 협업을 통해 330㎖ 1병에 1만원짜리 맥주 ‘커피 골든 에일’을 선보이기도 했다.

소비자 가격 저항이 특히 높은 라면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더미식 장인라면(사진)’을 앞세워 라면시장에 본격 진출한 하림은 라면 한 봉지 2000원 시대를 열었다. 하림이 라면시장에 진출한 건 라면시장 규모가 2조5000억원 수준으로 활성화돼 있지만 프리미엄 시장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제품 수요를 공략해 내년 라면 매출액 7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비싸도 맛있고 몸에 좋다면"

10년 전 농심은 1600원짜리 신라면 블랙을 출시했지만 ‘지나치게 비싸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판매를 일시 중단한 바 있다. 현재 신라면 블랙은 농심의 대표 제품 중 하나로 안착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거 소비자들의 구매기준에 가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면 지금은 맛과 몸에 좋은 원재료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프리미엄 제품은 식품업계의 실적개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라면, 즉석밥 등 주요 식품은 물가 상승에도 소비자들의 반발에 가격 인상이 쉽지 않은 품목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물가 상승 영향으로 마진율이 떨어지는 기존 제품을 보완하기 위해 식품업계에서는 초기 출고 가격을 높일 수 있는 고급화 제품을 지속 출시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영향으로 내식 비중이 높아진 현 시점이 고급화된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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