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속으로] 카카오뱅크가 탄 '미끄럼틀'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카카오뱅크 주가는 언제까지 빠질까.'

지난 5거래일 간 20% 넘게 빠진 카카오뱅크를 두고 투자자들의 이 같은 의구심은 점차 커지고 있다. 정부의 규제 여파와 경쟁 구도의 심화 속에 카뱅의 설 자리가 좁아지면서 증권가의 시선도 점차 차가워지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뱅 주가는 지난달 28일 7만600원을 기록한 이후 6일 현재까지 5거래일 연속 빠지면서 5만8000원까지 내려앉았다. 어느새 지난 6일 상장할 당시 시초가인 5만3700원을 지키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 처했다.

카뱅 주가는 상장 후 9거래일 만에 최고가인 9만2000원을 찍으면서 10만원까지도 넘봤지만 이후 점진적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달부터 낙폭이 커졌다. 고점 대비 시가총액도 5조9862억원이나 빠졌다. 이로 인해 국내 시총 순위 10위 자리도 전통 제조업체인 기아와 (POSCO)에 내줬다.

최근 물가 상승에 따른 하락장 여파보다는 카뱅 자체적인 악재가 주가를 짓누른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혁신을 미끼로 소비자 보호를 등한시 하는지 지켜보겠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이 카뱅 주가를 흔들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취임한 직후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강조한데 이어,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도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기존 금융사와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며 "빅테크들의 금융업 진출과 관련해, 금융 안정 차원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뱅은 이 같은 정부의 코드를 맞추기 위해 연말까지 마이너스 통장 신규 대출을 중단했는데, 이것도 주가에는 악재가 됐다. 현 정부의 최대 고민 중 하나인 가계부채 안정화를 위한 조치 차원에서 시작했는데,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출시와 이에 따른 성장성만 바라보던 투자자들은 이를 주담보 서비스 출시 연기로 받아들였다.

김현기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대출 시장보다 주담보 시장이 2.5 배가량 크기 때문에, 주담보 서비스가 시작되면 이자수익만 1조원 정도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진퇴양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5일에는 혁신을 앞세운 토스뱅크가 출범했다. 수시입출식 통장 금리는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2.0%, 신용대출 금리 최저(2.76%), 마이너스통장금리 최저(3.26%) 등으로 카뱅보다 경쟁력 있는 상품들로 중무장한 토스뱅크가 출현하면서 카뱅의 주가는 또다시 미끄럼틀을 탔다.

증권가에서는 카뱅보다는 금리인상 기간 수혜를 볼 수 있는 전통은행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박신영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지난 4일 카카오뱅크의 목표가를 9만원으로 낮추면서 "카뱅의 경우 한동안 보호예수 해제로 인한 오버행 이슈가 지속될 것이고, 모멘텀이 될 신상품 출시가 내년 초까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 회복과 밸류에이션 수준을 본다면 전통적인 은행을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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