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그룹 금융 자회사, 투자자들에게 원리금 10%만 상환

[사진 제공= 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중국 2위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그룹의 금융 자회사가 투자상품의 원리금 대부분을 고객들에게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제일재경 등에 따르면 헝다의 금융 계열사인 헝다차이푸는 전날 만기가 돌아온 투자상품 보유자들에게 원리금의 10%만 지급하고 나머지 90%를 지급하지 못했다.

헝다는 은행 대출이나 채권 발행 외에도 자회사인 헝다차이푸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제시한 펀드와 유사한 금융투자 상품을 팔아 확보한 자금으로 각지의 건설 프로젝트나 전기차 등 신사업 분야에 투자해왔다. 이는 중국 금융당국의 엄격한 통제권 밖에 있는 '그림자 금융'의 영역에 해당한다. 상품마다 조건이 조금씩 다르지만 한 금융상품의 경우 413일 만기에 10.5%의 이자를 약속했다.

하지만 최근 헝다는 자금 사정이 급격히 악화함에 따라 지난달 30일 만기가 돌아온 상품부터 정상적인 상환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선언하고 고객들에게 원리금의 10%만 우선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은 차후 순차적으로 지급하거나 건설 중인 아파트와 상가 등 현물로 대신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최근 광둥성 선전시에 있는 헝다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던 사람들 대부분은 바로 헝다차이푸의 투자상품을 샀다가 원리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게 된 이들이었다.

헝다는 지난달 23일과 29일 예정된 달러 채권 이자 8350만달러(약 993억원), 4750만달러(약 559억원)를 지급하지 못했다. 또 지난달부터 일부 은행 대출 이자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헝다는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나 마찬가지이나 헝다가 갚지 못한 달러 채권 이자는 계약상 30일의 유예 기간이 있어 아직 디폴트가 공식 발생한 것으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29일 헝다의 신용등급을 CC에서 C로 한 등급 더 낮췄다.

헝다는 지난달 29일 보유 중인 성징은행 지분 19.93%를 99억9300만위안(약 1조8300억원)에 국유기업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자금 전액이 헝다가 성징은행에서 받은 대출을 상환하는데 쓰이면서 결과적으로 당면한 채권 이자 상환 문제 해결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국유기업의 성징은행 지분 인수를 계기로 중국 당국이 헝다 사태를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함에 따라 헝다 사태가 무질서한 금융 리스크 전이로 번지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다소 낮아졌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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