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도 반한 '포항 내연산 폭포' 명승 된다.

정선 `내연삼용추도`·`내연산폭포도` 등에 그려져
폭포·용소와 깎아지른 절벽 멋들어진 운치 자아내

우리나라 명산·명승지에 주목한 겸재 정선(1676~1759)은 1733년부터 3년간 청하현감을 지내며 `내연삼용추도`, `내연산폭포도` 등의 작품을 남겼다. 하나같이 기암절벽과 운무가 가득한 진경산수화다. 실제 경치나 광경을 그렸으나 형사(形寫·사물의 모양을 본떠서 글로 쓰거나 베낌)보다 문인화의 요체인 `신사·사의·전신'의 묘사에 주안점을 뒀다.

바탕이 된 포항 내연산은 지금도 빼어난 절경으로 유명하다. 침식지형의 폭포·용소(폭포수 밑에 생기는 깊은 웅덩이)와 깎아지른 절벽, 깊게 조성된 계곡 등이 멋들어진 운치를 자아낸다. 계곡은 직선거리로 10㎞에 달한다. 주변에 굴참나무와 물푸레나무, 작살나무, 병꽃나무 등이 푸른 숲을 이룬다. 곳곳에 자리한 기암괴석 사이사이에도 부처손, 바위솔, 바위채송화 등이 자란다.

문화재청은 이 일대(69만1013㎡)를 '포항 내연산 폭포(浦項 內延山 瀑布)'로 명명하고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 예고한다고 23일 전했다. 한 달간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 물이 맑고 깨끗해 청하골 또는 내연골로 불리는 지역이다. 폭포는 계곡 입구의 유서 깊은 사찰인 보경사를 지나면 만날 수 있다. 풍부한 폭포수가 크고 작은 용소로 시원한 감흥을 일으킨다.

특히 가장 규모가 큰 연산폭포(내연폭포)는 여름철 우렁찬 물소리와 겨울철 얼음기둥으로 널리 알려졌다. 조선 중기 문인 서사원(1550~1615)은 '동유일록(東遊日錄)'에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만 길 하얀 절벽이 좌우에 옹위하며 서 있고 천 척 높이 폭포수가 날아 곧장 떨어져 내렸다. 아래에는 신령스런 못이 있어 깊이를 헤아릴 수 없었다. 연못가의 기이한 바위는 저절로 평평하게 되어 수십 명은 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다리로 올라보니 선계에 앉은듯하여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문화재청은 "'신증동국여지승람'·'대동여지도'에 내연산과 삼용추로 기록되고, 정선의 '내연산폭포도'·'내연삼용추도', 황여일의 '유람록' 등에 폭포의 아름다움이 시·글·그림으로 묘사됐다"라며 "자연유산과 함께 살아온 조상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어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다"라고 평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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