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10월 1일 'SK배터리' 출범…내년 IPO 가나(종합)

SK이노, 물적분할 임시주총 9월 16일
배터리 수주잔고 1테라와트+α
올해 매출 3조 중반 예상…신규 판매량 증가 영향
내년 손익분기점 달성…2025년 영업이익률 한 자릿 수 후반

[아시아경제 황윤주 기자]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와 석유개발(E&P) 사업을 독립회사로 분할한다. 지난달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주재 ‘스토리 데이’에서 사업 검토 사실을 언급한 지 한 달 만에 분할 방식과 시기를 공식화했다.

SK이노베이션은 3일 이사회를 열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배터리와 E&P 사업 분할 안건을 의결했다고 4일 밝혔다. 9월16일 임시 주주총회 승인을 거친 뒤 오는 10월1일 신설 법인 ‘SK배터리주식회사(가칭)’와 ‘SK이엔피주식회사(가칭)’가 각각 출범할 예정이다.

분할 방식은 SK이노베이션이 신설 법인의 발행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단순·물적 분할로 정해졌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이 신설 법인 지분 100%를 갖는다. 분할 대상 사업에 속하는 자산과 채무 등도 신설 회사로 이전된다.

SK배터리는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배터리 구독 서비스(BaaS), 에너지저장장치(ESS)사업 등을, SK이엔피는 석유개발 생산·탐사 사업, 탄소 포집·저장(CCS)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 포트폴리오 개발을 담당하는 지주회사로서 역할을 한다.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은 "이번 분할은 각 사업의 특성에 맞는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문성을 높여 본원적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사업별로 투자 유치와 사업 가치 증대를 통해 경영 환경에 더욱 폭넓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분할을 통해 배터리 사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이 발표한 2분기 경영 실적을 보면 올해 상반기 배터리 사업 매출은 사상 처음 1조원 벽을 넘어섰다. 배터리 사업 영업손실은 979억원으로 줄어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에 SK배터리 기업공개(IPO) 시기에도 관심이 쏠린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배터리 사업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고 2023년부터 영업이익률을 빠르게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내년 초 IPO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수주잔고 1테라와트시…2030년 연산 500GWh로 확대

배터리 후발주자였던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을 전격 결정한 배경에는 1테라와트시(TWh) 이상의 탄탄한 수주 잔고가 뒷받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매출액으로 환산하면 130조원 상당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를 미래 성장의 핵심 축으로 삼고 오는 10월 독립회사로 출범하는 데 이어 이르면 내년 기업공개(IPO)까지 성공해 기업가치 제고에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은 4일 실시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배터리 사업 매출은 3조원 중반대를 기록할 것"이라며 "올해 법인세이자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 흑자를 달성하고 내년 손익분기점을 넘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성장 속도는 놀라운 기세다. 2분기 배터리 사업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86% 증가한 6302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1분기부터 2888억원, 3382억원(2분기), 4860억원(3분기), 4972억원(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 5263억원으로 증가세를 이어왔다. 올해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는 사상 처음 1조원을 돌파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이 비약적 성장을 이루는 것은 공격적인 선제 투자에 기반한 신규 물량 확보 덕분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 1일 ‘스토리 데이’에서 배터리 사업의 수주 잔고가 ‘1테라와트 +α’ 규모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미국 포드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결정하면서 수주 규모가 1000GWh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생산능력은 한국, 미국, 중국, 헝가리 등에서 연간 40GWh 수준이나 공격적인 증설로 수치가 수시로 바뀌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연간 생산능력을 2023년 85GWh, 2025년 200GWh, 2030년 500GWh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 계획대로라면 내년 배터리 사업은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고 2025년부터는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 후반대를 유지할 전망이다.

물적 분할은 IPO 포석…내년 손익분기점 달성 이후 속도낼 전망

SK이노베이션은 또 분할 후 에너지저장장치(ESS), 플라잉 카(Flying car), 로봇 등 새로운 배터리 적용 시장을 확장하고, 배터리 제품 뿐만 아니라 서비스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BaaS 플랫폼 사업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의 실행도 가속화할 계획이다.

신설법인이 10월1일 출범하면 IPO 일정도 당초 시장 예상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배터리 사업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고 2023년부터 영업이익률을 빠르게 개선할 것이라고 밝혀, IPO가 이르면 내년 초에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회사 측은 "이번 배터리 사업 분할 결정 목적은 투자 재원 조달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을 때 적시에 조달 방안을 실행하기 위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조달 방법, 시기, 규모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2분기 실적 발표도 함께 진행했다. 2분기 영업이익은 50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고, 매출액은 55.9% 증가한 11조1196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도 영업이익은 1조9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정유부문 상반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한 것은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윤활유 사업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배터리 사업 영업손실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한 20조3594억원으로 집계됐다. 석유개발 사업은 유가 및 가스 가격이 상승했으나 판매 물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77억원 감소한 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시작한 친환경 중심 딥체인지 성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며 "배터리와 소재 등 그린 사업을 새 성장축으로 키우는 동시에 기존 사업을 친환경 비즈니스로 전환해 파이낸셜스토리를 완성하기 위한 강력한 실행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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