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일 한 것' 치매 할머니와 화투 친 '방호복 간호사' 찾았다

"할머니 깨우고 달래 기운 차리게 할 방법 궁리한 결과"

지난 1일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과 할머니가 앉아 화투 치는 모습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 사진=트위터 캡처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홀로 병실에 있는 할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무거운 방호복을 착용한 채 화투를 친 의료진 사진이 온라인 공간에서 화제가 된 가운데, 사진 속 의료진의 정체가 밝혀졌다. 서울 삼육서울병원 간호사 이수련(29) 씨로, 그는 할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낸 이유에 대해 "졸기만 하는 할머니를 기운 차리게 하는 방법을 궁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최근 '트위터'에 올라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화제가 된 이 사진이 올해 협회가 공모한 '제2차 간호사 현장 수기·사진전' 출품작이라고 3일 밝혔다.

사진 속 노인은 지난해 8월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 삼육서울병원 음압병실에 입원한 박모 할머니. 박 할머니는 중등도 치매 환자로, 요양원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입원 당시 고열에 시달려 기운이 뚝 떨어진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령인 박 할머니는 격리병실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할머니가 적적해하고 힘들어하자, 한 간호사가 화투를 이용해 꽃 그림 맞추기와 색연필로 색칠하기 등 간단한 놀이 방법을 제안했다.

화제가 된 사진 속 주인공인 7년 차 간호사 이수련 씨는 "격리병원에서 환자가 말을 나눌 사람은 간호사밖에 없지 않느냐"며 "계속 졸기만 하는 할머니를 깨우고 달래 기운을 차리게 하는 방법이 없을지 궁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씨를 포함한 간호사 10명은 서로 돌아가면서 박 할머니를 돌봤다. 간호사들은 그림 치료로 할머니의 기운을 북돋고,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연결해주기도 했다.

식사 챙기기, 기저귀 갈아주기 등 치매 노인을 돌보는 업무는 고됐지만, 이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헌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는 것은 저도 감염될까 두려운 일"이라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환자들이 안심하게 배려하고, 잘 치료받고 퇴원하시도록 돌봐주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진은 지난 1일 트위터에 "격리된 요양병원에서 할머니와 화투를 치는 의료진"이라는 글과 함께 올라와 화제가 됐다. 사진은 약 1만회 이상 리트윗됐으며, 각종 SNS로 퍼져 유명해졌다.

누리꾼들은 "자기도 피곤할 텐데 할머니와 저렇게 놀아 드리다니,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방호복이 무거울 텐데 정말 존경스럽다", "의료진이 코로나 시대의 영웅이다" 등 찬사를 쏟아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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