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기자
[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주요 금융공기업들이 올해 하반기 채용시장의 포문을 연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날로 좁아진 금융권 문턱을 넘으려는 취업준비생들에게는 그야말로 ‘희소식’이다. 다만 주요 시중은행의 경우 아직 하반기 채용 규모를 확정 짓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몸집 줄이기 영향을 감안할 때 올 하반기 역시 대규모 공개채용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은 이달 말쯤 하반기 채용 규모를 확정한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약 50~60명 규모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신보의 채용은 하반기에만 90~100명 내외로 이뤄져 왔지만 올해의 경우 상·하반기로 나눠 진행된다. 신보는 올 상반기에 90명을 채용했다. 정부의 청년 일자리 부흥 정책과 코로나19로 인해 가중된 업무를 감안해 금융당국이 채용 규모를 예년보다 늘리는 방향으로 정한 영향 때문이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다른 금융공기업들도 조만간 하반기 채용 계획을 확정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역시 채용 규모가 예년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은은 이달 중 하반기 채용 공고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규모는 아직 확정 짓지 못했지만 통상 30~40명을 뽑았던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의 경우 9월 중 채용 공고를 낸다. 산은 역시 통상 하반기에만 진행했던 신규채용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하반기로 나눠 진행한다. 상반기에 약 60명을 뽑은 산은은 올 하반기에도 비슷한 인원을 뽑을 것으로 전해진다. 상·하반기로 진행했던 지난해에도 산은은 110명을 채용한 바 있다.
주요 금융공기업이 올 하반기 채용 규모를 확대하고 나선 것은 코로나19 장기화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기업 구조조정과 보증 등 금융지원 업무가 예년보다 급증했는데 인력 구조가 역피라미드형인 탓에 현장에서 인력난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정책금융 역할이 강조되며 인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났다"며 "주요 시중은행이 채용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점도 채용 규모 확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반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아직 하반기 채용 규모나 일정 등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원래 하반기에 정기 채용을 실시했던 은행은 물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대규모 공채 진행에 물리적 어려움이 존재하고 은행의 디지털 전환이 날로 가속화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3월 말 기준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점포 수는 4398개로 1년 전보다 191개 줄었다. 이는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감소치(96개)의 약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규모 공채의 경우 집단연수 등이 필수적인데 코로나19가 계속 확산되고 있어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며 "디지털화에 따른 점포 통폐합이 빨라지는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올해 주요 시중은행의 채용 방식은 대규모 공채가 아닌 디지털·IT 인력에 대한 수시 채용 방식으로 이뤄지는 추세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