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국의 신외교

[아시아경제 ] 지난 한미 정상회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확인했듯 한국은 첨단기술이 장착된 선진경제, 질서 정연한 민주주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 안정적인 방역 시스템, 강력한 군사력 등 매력 만점의 국가다.

한국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역량을 축적했고 신뢰를 구축했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점점 핵심 구성원이 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외교는 없는 매력도 만들어내야 할 판에, 있는 매력도 충분히 발산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우리 자신에게도 충분한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름 그대로 새로운 외교, 신외교가 필요하다.

첫째 신외교는 우리 위상에 부합하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 우리 스스로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외부에서 어떻게 보고 있는지 먼저 자각해야 한다. 우리 역량을 인정하고 우리 역할을 스스로 긍정해야 한다.

국격을 높이고 국익을 지키며 국제사회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꼭 해야 할 일을 하고, 꼭 해야 할 말을 하고, 꼭 지켜야 할 것은 지킨다. 협력·상생의 기여·공헌을 통해 존중·존경받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둘째 신외교는 지리적으로, 심리적으로, 내용적으로 한반도를 넘어서야 한다. 그간 한반도를 벗어나려는 그 어떤 외교도 북한 문제만 발생하면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제 국력과 위상이 바뀐 만큼 60·70년대 대북 심리 위축 상태를 극복해야 한다.

즉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이어 한반도 번영 프로세스로 나아가야 한다. 신남방·신북방 지역을 넘어 중동·아프리카·남미 등지로 나아가야 한다. 다문화를 포용하고 다자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셋째 신외교는 단기적 이해관계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 전략적 안목에서 긴 호흡을 해야 한다. 그간 한국은 균형 외교를 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가지고 있었다.

균형의 균은 치우침 없이 고르다는 뜻이다. 하지만 매번 5대 5 균형을 이룰 수도 없지만 이룰 필요도 없다. 오히려 평형 외교여야 한다. 평형이란 형식이 아니라 내용상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사안과 상황에 따라 국익을 길게 보고 결정하는 것이다.

넷째 신외교는 미·중 사이 갈등 유발자가 아니라 완화자이어야 한다. 국제사회는 새로운 종류의 질서가 필요하며, 신형(新型) 국제관계가 아니라 신흥(新興) 국제관계여야 한다.

중국이 제안한 신형 국제관계는 어감상 그리고 내용상 미국 주도 질서를 구질서로 평가절하했다. 반면 신흥 국제관계는 미국 주도 질서를 인정하면서 중국의 역할도 포함시키고 국제사회 전체가 함께 발전하는 것을 말한다.

미·중 관계는 경쟁적 측면이 많지만 협력 여지도 많다. 우리는 미·중 사이 어정쩡한 중간자가 아니라 완충적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에 포지티브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경제 관계와 북핵에 국한됐던 중국과의 협력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부합하는 실질적 협력을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차원에서 전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신외교는 국제사회와의 공생에 기여해야 한다. 코로나19로 국제사회의 기저질환이 드러났다. 국제사회는 기존의 경제 양극화에 이어 방역의 양극화도 노출하고 있다.

신외교는 커진 몸집만큼이나 마음도 커져야 함을 의미한다. 질병으로부터의 해방과 최소한 민생 유지 차원에서 인도주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글로벌 이타주의를 실천함으로써 지구 공동체에 기여해야 한다.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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