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웨이브]만두가 국가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얼마전 미국의 유명한 워싱턴 포스트에는 ‘한국 음식 철학이 어떻게 우리를 다시 연결시킬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음식뿐 아니라 그 이면에 숨은 철학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트렌디한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는 한식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비빔밥과 함께 K팝의 노래 등을 언급하고 있다. 기사는 특정 기업의 후원을 받은 듯하기는 했지만, 덤플링이 아닌 ‘만두(Mandu)’가 자연의 은혜를 나타내기 위해 물결 모양으로 만들어졌다는 대목에서는 미소가 번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유튜브의 각종 ‘먹방’이나 TV와 소셜 미디어에서 국내외 유명 셰프들이 광장시장에서 빈대떡을 칭송하는 레퍼토리 등을 보고 있으면 디지털 시대에 문화의 영향력이 어떤지를 잘 알 수 있다.

음식은 국가 브랜드와도 연결되고 철학과 공동의 가치, 메타포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DMZ와 북한으로 대변되던 한국의 이미지는 ‘김치’의 메타포를 거쳐 최근에는 잘 아는 대로 강남스타일에 이어 방탄소년단(BTS)과 기생충으로 대변되고 있다. 세계에서 다양한 기관들이 다양한 지표로 국가 브랜드를 조사하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 대개 10위권에서 20~30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소위 소프트파워의 강세로 최근에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더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경제적인 지표 이외에 상품과 정부의 신뢰도, 문화력, 국민 친근감과 역량, 관광 선호도, 이주·투자 매력 등 다양한 요인들이 관련되는데 문화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함께 유년시절 봤던 일본 만화들이 ‘망가(Manga)’로 세계를 주름잡았지만, 지금은 ‘만화’의 약진에 힘입어 한국의 웹툰이 일본 현지를 접수했다는 소식도 의미가 크다. 실제 일본 웹툰산업을 양분하는 업체는 픽코마와 라인망가, 한국 업체들이고 웹툰 TOP 10 중 절반 정도가 한국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에서는 디지털 전환에 소극적인 자세로 현실에 안주했던 일본 만화업계가 우리 웹툰에 주목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MZ세대가 스토리텔링이나 캐릭터, 소셜콘텐츠, 커뮤니티 등의 의미를 중요시하며 가성비와 가심비를 넘어 재미와 즐거움을 우선시하는 ‘가잼비’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음식과 철학, 웹툰과 MZ세대의 기호 변화와 국가경쟁력이라는 단어는 코로나19 시대에 주는 의미와 반향이 비슷하면서도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게 다가온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주요 나라들의 민낯이 드러난 상황에서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경쟁력의 힘이 무엇이 될지 고민이 된다. 워싱턴 포스트 기사의 저자가 이야기하듯이, 다시 한번 뭉쳐야 하는 시대, 함께 나눠 먹는 맛깔나는 밥상 주변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단합하는 의식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시대에 또 다른 기회가 될 듯하다. 코로나블루로 인해 스트레스가 가득찬 시기에, 영양가 있는 음식으로 영양을 공급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세상과 다시 연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백신으로 희망이 커져가는 요즘 코로나 이후 시대를 준비하며 우리의 경쟁력을 무엇으로 규정 지을 수 있을지가 숙제라 하겠다.

이병민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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