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경영] 아마조네스와 여성징병제

[이미지출처=영화 '원더우먼' 스틸컷. 원더우먼 캐릭터는 아마조네스 신화 속 여전사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여성징병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언급되는 이야기 중 하나로 ‘아마조네스’ 신화가 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남성들을 제압하며 전장을 누볐다는 여전사들인 아마조네스의 이야기는 과거 창과 칼을 휘두르던 냉병기 시대에도 여성들이 병역을 수행했던 나라가 실제로 존재했던 이야기처럼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 아마조네스라는 단어의 어원부터 불명확하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여전사들이 활을 잘 쏘기 위해 오른쪽 젖가슴을 잘라냈다고 하여 고대 그리스어의 부정접두사인 ‘암(Am)’과 가슴을 뜻하는 ‘아조네(azones)’란 단어가 합쳐져 만들어진 것처럼 기록하고 있다.

오늘날 역사학자들은 이 가슴을 잘라냈다는 이야기 자체가 그저 만들어진 신화인 것으로 본다. 고대의 궁수들은 남녀 가릴 것 없이 젖꼭지가 활줄에 쓸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죽보호대를 가슴에 착용하고 활을 쐈기 때문에 굳이 가슴을 잘라낼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리스인들이 다른 지역에서 전해져 내려오던 전승을 가지고 꾸며낸 이야기란 설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시 고대 그리스와 경쟁하던 페르시아 제국의 전승에 따르면 오늘날 우크라이나 남부 일대에 살던 유목민족 중 하나인 사르마티아족에 매우 잘 훈련된 여성 전사들이 존재했고, 그들에게 페르시아어로 전사라는 뜻인 ‘하마잔(Ha-mazan)’이란 명칭을 전해줬다는 이야기가 남아 있다. 이걸 그리스인들이 끼워 맞춰 만든 것이 오늘날 아마조네스 신화라는 것이다.

일부 우수하고 용맹한 여전사들이 활약했다는 이야기는 대부분 문명권에서 존재하지만, 여성들 전체를 징집해 전쟁터로 보냈다는 이야기는 사실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고대나 중세시대에는 20대 성인 남성들을 오늘날 우리나라처럼 90% 이상 징병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전시가 아닌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농업경제가 기반인 사회에서는 남녀 성별을 따지기 이전에 그렇게 많은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보냈다가는 농업인력 부족에 따른 대규모 식량난에 국가가 먼저 무너지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한 국가의 군인 숫자가 경제발전을 저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전체 인구 대비 1%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1%’룰이 황금률처럼 전해 내려져오고 있지만, 1%룰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됐다고 한다. 여성징병제 논란에 따른 남녀차별 문제를 따지기 이전에 저출산과 징병제 유지로 인한 사회적 손실 간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 먼저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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