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지 않는 세상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우리는 매일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새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번 계기를 통해 장애학생들에게 학교생활이 차지하는 비중과 학교교육 과정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다.

2021년 교육부 업무계획의 첫 번째 핵심 과제는 ‘학교의 일상 회복’이다. 국립특수교육원은 정부의 특수교육 정책을 수행하는 교육부 소속기관으로서, 장애학생의 일상 회복과 학습권 보장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역점 사업 중 하나로 ‘장애학생 맞춤형 원격교육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기존 원격교육 플랫폼은 장애유형별 접근성이 고려되지 않아 장애학생들이 사용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

시각장애 학생을 위한 화면 확대, 대체 텍스트, 청각장애 학생을 위한 실시간 자막, 지체장애 학생을 위한 화면 조작, 지적장애 학생 등을 위한 이용자 인터페이스(UI) 단순화 등 맞춤형 플랫폼 구축을 통해 모든 장애학생이 원격교육에 원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특별한 특수교육 관련 콘텐츠나 시스템을 제공하더라도, 그 쓰임새는 결국 교실 장면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교사에 의해 결정된다. 이미 과중한 업무로 교사가 개별 학생의 상황이나 학습 준비도, 흥미, 선호하는 학습 형태 등을 고려해 수업을 준비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교사는 이런 악조건 아래에서도 상당히 훌륭한 교육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사실 ‘배운다’는 사실을 제외하고 모든 학생은 다르다. 그 다름의 연장선으로 통합교육 환경의 장애학생을 바라봐 주길 바란다.

2020년 4월 기준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약 9만5420명으로 그중 약 72%에 해당하는 6만8805명이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고 있다. 매년 통합교육을 받는 장애학생 수도 늘고 있다. 하지만 통합교육의 틀 안에서도 여전히 장애학생들은 장애와 비장애라는 이분법적 구조에 놓여 있다.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지역사회의 반대로 어려웠던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장애학생 학부모님들이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하는 상황을 지켜보며 정말 가슴이 아팠다. 이를 계기로 특수학교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당시 22개 특수학교 설립계획을 발표했고 국립대학에 장애학생을 위한 예술, 체육, 직업 특성화 특수학교 설립도 추진했다.

우리나라는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중 1인당 국민총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서야 가입할 수 있는 ‘30-50클럽’에 세계에서 7번째로 가입한 선진국이다. 이미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이 만연돼 있는 것을 확인하게 돼 가슴 한편에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남았다.

헬렌 켈러는 자신이 대학교 총장이라면 ‘눈 사용 법(How to your eyes)’이라는 과목을 만들고 싶다고 할 만큼,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누려왔던 것들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것일 수 있다. 비장애인의 시선으로 보는 장애인이 아니라, 모든 장애인들이 79억 세계 인구가 모두 천차만별이듯이 다름의 한 가지로 장애를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바란다.

이한우 국립특수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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